‘밥 먹었어?’의 인사, 음식은 곧 정이었다
멕시코는 음식으로 아주 유명한 국가다. 중국 다음으로 음식이 가장 다채로운 국가로 알려져 있으며, 먹거리가 다양해 여행을 더 풍요롭게 해 준다. 한국인들에게는 타코가 가장 유명하다. 10년 전만 해도 멕시칸치킨 외 멕시코음식에 아예 들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던 우리나라였는데 현재는 핫하다는 길거리를 가보면 멕시칸 음식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멕시코 사람들은 콜라를 자주 먹는데, 그 이유로는 대부분의 멕시코 음식이 기름지기 때문이다. 5T라고 들어보았는가? T로 시작하는 타코, 토르타, 타말 등의 5가지의 멕시코 기름진 음식을 일컫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 비만율 1위가 햄버거와 피자를 떠올리며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멕시코가 비만율 세계 1위다. 콜라의 종류만 수십 가지가 넘으며 대부분의 동네 슈퍼나, 가게들이 코카콜라의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는 것을 볼 때면 멕시칸들의 콜라 사랑을 충분히 알 만하다. 콜라 종류만 20가지가 넘으며, 멕시코 콜라는 다른 콜라보다 더 달콤하다. 멕시코에 사탕수수가 많이 나는데 사탕수수로 바로 이 콜라를 사탕수수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사람들에게 타코의 나라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은 옥수수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다. 타코를 감싸는 케사디야 또한 옥수수로 만들기도 하고, 옥수수를 막대바처럼 만들어 소스를 뿌려먹는 엘로떼도 있다. 멕시코 사람들은 옥수수를 정말 좋아한다. 연간 1인당 200KG가 넘는 옥수수를 소비한다. 엘로떼의 경우 옥수수 채로 먹기도 하고, 수프 형식으로 우리나라의 옥수수 국처럼 먹기도 하는데, 이 맛이 한국인의 입맛과 맞아 대한민국 굴지의 식품업계가 멕시코 시장 진출을 위해 엘로떼를 활용한 사례도 많다. 나 또한 식품업계에 다닐 때 멕시코 출장으로 실제 엘로떼 관련 음식을 론칭한 적이 있다. 그만큼 멕시코 사람들은 옥수수와 관련된 음식에 굉장히 호의적이다.
멕시코와 한국이 극명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소스다. 멕시코에서는 이를 살사라고 하는데, 그 어떤 레스토랑에 가도 항상 살사가 먼저 나온다. 살사 종류에는 살사 베르데(초록색), 살사 로하(빨간색), 하바네로(멕시코의 매운 고추를 갈아 만든 소스) 이 세 가지가 기본으로 나온다. 기호에 맞게 먹으면 된다. 토마토와 풋고추로 만든 살사 로사가 베르데보다 조금 더 맵다.
살사의 근원은 15세기 마야문명과 아즈텍문명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멕시코 사람들의 영혼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김치가 없으면 밥을 먹는 데 심심하듯, 멕시코는 항상 디저트, 애피타이저, 식전음식 등 모든 곳에 살사와 나초가 함께 한다. 그 어느 음식에든 살사를 뿌려 먹어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본인의 식습관에 따라 살사를 조율해서 먹는다면 음식으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멕시코 음식을 떠올리면 정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에 가면 외식을 하더라도 모든 밑반찬을 조금이라도 추가하면 돈을 내야 한다. 기본 밑반찬이 심지어 매우 조금 나오기도 하고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정량적인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을 여행하면 가장 처음 당황하는 것이 이것이다.
하지만 멕시코는 푸짐하다. 모든 음식에 있어 양이 푸짐하고 손님들에게 환대를 한다. 음식 안에서도 멕시칸들의 정과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마약의 나라, 카르텔의 나라라는 오명 속에서 1억 2천만 명의 모든 멕시코 사람들은 예상과 다르게 지극히 평화롭고 평범한 일상들을 살아내며 서로를 도와가며 살아가는 모습을 많이 목격할 수 있다. 전혀 위험하지 않다. 그것이 음식에서 드러난다. 인간을 최우선적 가치로 여긴다. 음식뿐 아니라 예를 들어 보자. 아무리 회사에서 직급이 높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부탁할 일이 있을 때는 아랫사람을 시키지 않고 본인이 직접 가서 부탁한다. 하나의 인격으로 대우하고, 내 사람을 챙기고 주변사람들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어떤가? 대한민국 사람들의 삶은 이 작은 소국 안에서 서로 경쟁하고 물고 뜯으며 아등바등 살아간다. 돈과 권력은 쟁취할 수 있을지언정 서로 회색빛 얼굴을 한 채, 날이 갈수록 삭막해지고 있다.
‘응답하라 1988‘ 같은 TV프로그램을 보면 알 수 있듯, 옛날에는 서로 이웃끼리 음식을 나누며, 서로를 도와주고 정으로 함께 했던 삶을 살았으나 요즘은 그런 정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많은 것이 바뀌고 삭막해졌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의 정보다는 경쟁이 앞서고 개개인의 여유가 사라진다는 생각을 한다. 멕시코 사람들이 시간이 흘러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이런 모습을 재현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사실 이 모든 이유, 즉 우리가 여유가 없는 궁극적인 이유는 내 인생 살기도 팍팍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옷, 더 멋있는 옷, 호캉스, 샤넬백과 디올 같은 수많은 백화점 1층에 디스플레이된 명품들, 인스타그램 속 고급 스포츠카에 탄 사람들. 우리가 이 모든 걸 좇은 지가 고작 얼마나 됐을 것 같은가? 길어봤자 100년이다. 이 소국에서 남들보다 더 앞서려고 더 많은 것을 자랑하고 나는 너보다 이렇게 더 잘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관념들과 사고를 조심하고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친한 친구와 저녁 식사자리를 갖는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먹고 싶은 음식이 나왔다. 하지만 내 친구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점심을 굶어 배가 몹시 고픈 상태다. 그리고는 내 것을 조금 먹어도 되냐고 묻는다. 더 주문을 하지 못하는 조건이라 하자. 만약 우리 집에 맛있는 음식이 많다면 이 친구에게 이 음식을 당연히 먹으라고 줄 것이다. 하지만 집에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고, 돈도 없고, 이 음식이 나 또한 너무 간절하다면? 친구에게 안 내어줄 것이다.
음식에서도 이렇게 배울 것이 많다. 더 발전하고 나은 삶 이전에 우리가 놓친 것은 없는지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