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활력을 느끼고 싶다면, 멕시코!
공항에 내리자마자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질서 없는 교통, 매연냄새, 그리고 대기줄에 길게 늘어선 택시이다. 절대 공항에 있는 택시를 잡지 말자. 외국인이라면(특히, 스페인어를 잘하지 못하는) 바가지요금이 2배, 3배 정도로 든다. 이때 팁으로는, 공항에서 유심을 사서 우버를 부르거나, 공항에서 공식 택시를 요청하는 안내데스크가 있다. 요금표도 각 지역별로 상세히 나와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안전은 덤이다.
처음 멕시코에 2014년, 도착했을 때가 생각난다. 달러를 멕시코 페소로 공항에서 바꾸고(심지어 환전도 공항이 아닌, 일반 도심 내 환전소에서 하는 것이 유리하다) 공항에서 택시를 부르고 미리 예약해 두었던 호스텔로 가는데 어찌나 심장이 떨리던지. 혹여나 내가 납치를 당할까 안절부절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멕시코는 위험하다는 인식을 애초에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버스터미널도 마찬가지다. 터미널 앞에는 수도 없이 많은 택시로 늘어서있다. 터미널 내, 터미널회사와 연계된 택시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여기로 가는 것이 좋다. 훨씬 더 안전하다.
만약에 터미널이나 공항과 연계되지 않은 택시를 타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꼭 미터기가 있는 택시를 타자. 자동계산되는 미터기가 없는 택시를 타는 경우 사기를 당할 수 있다.
멕시코 여행을 위해서는 사전적으로 조사를 많이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우선 멕시칸들은 미국과 지리적으로 매우 근접하기 때문에 영어에 굉장히 호의적이다. 영어로 여행을 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지만 그들이 영어를 잘한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질문을 하는 우리가 잘 못 알아들을 수 있으므로 기본적인 스페인어는 공부를 하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화장실은 ~ 와 같은 식이다.
길을 묻는 것은 como puedo ir a la universidad de 식으로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어볼 수 있으나 대답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바디랭귀지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멕시칸들은 친절하게 응대를 해준다. 앞서 얘기한 문장을 통째로 외우기보다 단어를 외워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꼭 앞에 실례합니다!,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길을 물어볼 때에는 disculpe(실례합니다), con permiso(실례합니다와 같은 말이나 주로 길을 갈 때 비켜달라고 할 때 주로 사용함)을 앞에 붙여서 물어봐야 한다. 그래야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동방예의지국으로써 사람과 사람사이에 예의를 굉장히 중요시 여긴다. 멕시코는 회사의 상사에게도 그냥 이름을 말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친구로 지내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과는 이런 3인칭과 같은 존경의 의미를 담고 예의를 갖추는 것을 더 선호한다.
스페인어중에는 너를 얘기하는 tu와 당신(너를 존중하는 3인칭 표현) usted이 따로 있으며, 주어를 어떻게 쓰냐에 따라 문법이 통째로 달라진다. 이렇게 구분을 문법상으로도 해 놓은 결정적인 이유는 어쩌면 친근한 중남미 특유의 문화 속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중요시 여기는 멕시칸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기도 하다.
실례합니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부탁합니다라는 의미를 지는 por favor이다. 모든 말 끝에 por favor을 붙이면 공손한 표현이 된다. 영어의 please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멕시코 사람들은 영어와 달리 por favor을 덧붙이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며 스페인어를 배우는 외국인에게도 가장 먼저 이를 가르친다. 레스토랑이나, 내가 무언가 요구할 상황이 올때 꼭 끝에 이 표현을 붙이는 것을 생활화하도록 하자.
두 번째로는, 사진을 찍을 때다. 멕시코에 거주를 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관광지에 가면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혼자 온 관광객의 경우 같이 찍어줄 사람이 없을 때 셀카봉이나, 삼각대를 가져가 사진을 찍곤 하는데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다. 너무 먼 곳에 삼각대를 절대 설치하지 말 것. 본인도 모르는 사이 훔쳐갈 수 있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는 경우에는 절대 현지인 특히 남자한테는 찍어달라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진으로 꼭 남기고 싶은 순간이 있을 때에는 어린아이와 같이 온 어머니나, 임산부, 연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 등에게 부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절대 핸드폰을 들고 도망간다거나 하지 않는다.
멕시코 떼우띠우아칸 피라미드를 여행했었다. 사진을 요청했는데 피라미드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찍어주는 사람이 자꾸 계속 뒤로 가보라는 것이다. 나는 계속 뒤로 갔다. 의심의 여지없이 계속 뒤로 좀 멀리 떨어져 사진을 찍을 타이밍이 오자 그는 재빠르게 나와 반대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은 무리 속으로 들어갔고, 그때부터 100m 달리기가 시작됐다. 끝내 잡긴 했으나, 그가 했던 말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밖에 없었다. 외국인이었기도 하고, 당시 스페인어가 유창할 때가 아니었기 때문에 형사소송이나, 신고를 할 수가 없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 같아 그의 사과를 듣고는 그때 처음 사진을 절대 현지인에게 요청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세 번째,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니지 않는다. 소매치기나, 강도를 만나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 절대 현금은 500페소(약 3만 원) 미만으로 들고 다니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중남미 지역은 치안을 굉장히 신경 써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현금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다시 찾을 수 없다. 대부분 신용카드로 결제 가능하기에, 현금은 최소한의 비상금 정도로만 들고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하나 비바체크카드나, 해외 결제 수수료가 없는 카드로 발급받는 것이 좋으며, 멕시코에 3개월 이상 거주하는 경우라면 씨티은행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현금처럼 편하게 들고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쿠바여행을 할 때였다. 호스텔 화장실에 한화 70만 원이 든 돈봉투를 놔두고 온 적이 있다. 당연히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아예 포기를 하고 있었다. 이미 여행을 멀리 온 상태에서 돈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다시 가기도 번거로워 혹시나 싶어 전화를 했더니, 돈을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가라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다시 호스텔에 돌아가 돈을 보니 본인이 손을 대지 않았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테이프로 돈봉투를 꽁꽁 감아 보관하고 계셨다. 쿠바는 공산주의이기 때문에 죄를 저지르는 것을 굉장히 큰 엄벌로 여기며, 길거리 10m마다 경찰이 서 있다. 중남미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멕시코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한국인처럼 스타벅스나 카페 같은 데 가서 자리를 맡는다 치고 본인의 가방이나 소지품을 올려둔다면, 5초도 안되어 사라질 것이다. 한국인의 습관을 멕시코에서는 버리는 것이 좋다. 물건이나 돈을 잃어버렸다면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이 맞다. 찾으려는 노력 자체가 시간낭비이므로 꼭 명심할 것. 잃어버렸다는 것은 물론 너무 안타깝지만 남은 여행기간을 그 기분으로 다니는 것은 나 스스로에게 손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목베개나, 멀미약을 꼭 상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폐쇄공포증이나, 좁은 공간에 오래 있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되도록 먼 지역을 여행할 때에는 비행기를 타라고 말하고 싶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 멕시코가 시외버스 시설과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주된 이유로는 큰 영토가 한몫한다. 대부분 여행할 때 버스를 주로 이용하며, 작게는 4시간, 길게는 16시간 걸리는 곳도 있다. 멕시코뿐만 아니라 중남미를 여행하는 데 있어 장거리버스는 어쩌면 필수다. 자는 사이 개인소지품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가방을 통째로 가져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듯, 자고 일어나면 물건이 없다.
나는 16시간 버스를 탄 적이 있다. 멕시코시티에서 출발해 과테말라 국경인 치아파스 주에 위치한 tapachula라고 하는 인구 20만 명 정도의 소도시다. 푸에블라 대학교에서 만난 이 친구의 고향이었으며, 방학을 이용해 본인 집에 초대를 하여 다녀오게 되었다. 날씨가 굉장히 더우며, 우리나라의 시골처럼 한적함을 느낄 수 있다. 멕시코의 소도시의 매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주로 이 지역의 사람들은 1차 산업인 농업에 종사하며, 사탕수수나 바나나 재배가 유명한 곳이다. 멕시코와 과테말라의 국경도 간 적이 있는데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과는 천지차이다. 이곳이 국경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적하며, 허술하다. 멕시코페소로도 거래가 되며, 작은 검문소와 환전소가 끝이다. 바닥을 보면 왼쪽은 México, 오른쪽은 guatemala라고 적힌 것이 다다. 중남미를 여행하다 보면 알 수 있는 것이 미국과의 국경을 제외하고 대부분 경계가 다소 허술하고 간소화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중남미에서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정이다. 모든 시골이그렇듯, 미용실이나, 식당, 시장 그 어느 곳을 가든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단, 한국인이 거의 없으므로, 아니 동양인 자체를 찾아보기 힘드므로, 사람들의 관심 어린 시선은 감수해야 한다. 조롱이나, 인종차별적인 의도로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여기 있는 사람들은 평생을 살면서 동양인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신기하게 쳐다보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멕시코시티나, 푸에블라, 과달라하라와 같은 큰 도시를 제외하고 작은 소도시들을 여행할 때면 알 수 있듯이 모든 동양인을 chino(중국인)이라고 부른다. 어린아이들과 아저씨, 아주머니 남녀노소 모두 다 이렇게 부른다. 이 중에는 동양인을 비하발언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사실은 아시아계 사람들은 중국인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한국을 모르는 사람도 아직 정말 많다.
16시간 버스를 타고 중간에 휴게소를 4번이나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으로 버스에서 내릴 때 근육이 굳어버려 걷는데 힘이 풀려 풀썩 바닥에 쓰러진 적이 있다. 6~7시간 이상 한 자세로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 자체로 근육이 굳어버려 적응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린다. 따라서 장기간 버스를 탈 때에는 휴게소마다 내려서 스트레칭을 필수적으로 해 주어야 하며, 에어컨바람으로 추울 수도 있으니 반팔차림의 여행객들은 기필코 가디건을 휴대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아갈 때를 생각해서 여행자들은 기념품을 많이 생각하는데 멕시코에는 특별히 기념품을 살 것이 많이 없다. 따라서 그다지 추천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꼭 사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데낄라다.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들은 멕시코 데낄라가 얼마나 유명한지, 현지에서 얼마나 저렴하게 구입을 할 수 있는지 알 것이다. 수많은 데낄라 브랜드 중 돈훌리오가 목 넘김이 깔끔해서 유명한데, reposado와 anejo로 나뉜다. 아녜호의 경우 레포사도보다 더 숙성이 오래된 것이며 값어치가 있는 제품이기에 아녜호를 추천한다. 데낄라를 처음 접하는 비기너들에게도 강력추천한다. 1000페소, 6~7만 원이면 현지에서 구매를 할 수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20만 원이 넘으므로 꼭 사 오는 걸 추천한다. 면세점이나 공항은 더 비싸기 때문에 출국 하루 전 월마트나, 체드라위, 등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 이 외, 유명 데낄라로는 patron, 1800등이 있다. 주로 클럽이나 술집에서 한 샷당 9000원~10,000원이 넘는 호세꾸엘보 같은 경우는 멕시코에서 가장 저가 데낄라이다. 그만큼 한국에서 비싸게 팔고 있는 것이다. 날강도나 다름없다. 이외 알록달록 멕시코만의 무늬가 그려진 데낄라 잔이나, 초콜릿 등을 추천한다.
멕시코는 커피도 굉장히 유명하다. 중남미에서는 콜롬비아의 후안발데스 커피를 따라갈 자가 없지만, 멕시코 커피도 역사와 전통이 있다. 특히 과테말라 커피와 비슷한 향이 나며, 스타벅스에서 과테말라와 멕시코 원두를 사용하는 걸 보면 그만큼 품질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멕시코 커피 중에 유명한 지역은 오아하까(oaxaca) 주의 커피가 매우 유명하다. 오아하까는 파스칼이라고 하는 데낄라와 비슷한 맛이 나는 독한 주류와 커피가 정말 유명하다. 한국인들은 오악사카라고 부르며 밝은 레몬과 같은 산미와 다크초콜릿의 향의 여운이 남는 커피라고 알려져 있다. 커피에 관심이 많은 여행객들이라면 꼭 멕시코 커피도 한번 접해보는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