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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멕시칸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하루아침에 100% 미국은 마비된다

by 홍그리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누가 뭐라든 세계 넘버원이다. 군사력, 경제력, 국가경쟁력, GDP, 모든 경제지표가 이를 대변한다. 물론 미국에 실제로 살아보며 느낀 것은 삶의 질 부분에서는 '이 나라가 과연 우리가 그토록 우러러보던 미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엉망인 부분도 많다. 그래도 어쨌거나 미국은 미국이다.

미국 바로 밑에는 멕시코가 있다. 물리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기에 미국에 불법거주하며 사는 멕시칸이 많다. 10년 전에 이미 우리나라 인구를 넘어섰다. 처음에 자리 잡기까지 자연스레 이들은 미국에서 직업을 찾아 본국으로 가족에게 돈을 송금하며 살아가는 기러기 아빠가 그 주를 이뤘다. 아무래도 멕시코 페소(MXN)에 비해 미국 달러(USD) 가치가 몇 배는 높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훨씬 이득이었을 테다. 미국을 가보면 알겠지만 미국에서 멕시코 페소는 휴지나 다름없다. 전혀 값어치가 없다. 오늘 자 기준 현재 환율은 1350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우리나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실패인지는 시간이 지나 드러날 테지만 확실한 것은 미국 경제는 굳건하고, 앞으로 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사실 미국과 멕시코는 처음부터 이렇게 교역이 활발했던 것은 아니었다. 1846년부터 1848년까지 미국-멕시코전쟁이 있었고, 미국은 멕시코의 많은 영토를 빼앗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LA나 대부분의 캘리포니아 지역은 과거에 모두 멕시코 땅이었다. Los Angeles(천사들의 도시) , Palo Alto(큰 나무) 모두 스페인어다. 이처럼 미국의 대부분의 서부 도시는 스페인어로 된 지명이 굉장히 많으며, 미국 서부는 스페인어를 50% 이상 사용할 정도로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만 해도 사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예를 들면, 샌디에이고를 여행할 때 식당에 들어가 스페인어만 써도 모든 주문이 가능하다.

<A Day Without a Mexican>이라는 영화를 한번 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직역하면 <멕시칸이 없는 날>. 이 영화는 멕시칸을 포함한 히스패닉 인구가 현재 미국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 미국이 불법이민자를 강력하게 배척하면서도 히스패닉이 현재 미국인의 삶에 얼마나 깊게 침투하고 있는지 절실히 알게 된다. 멕시칸에 대한 차별 현실을 강력하게 풍자함으로써, 미국인의 삶으로 투영한 반성과 재해석을 자아내는 영화다.

대개 멕시칸들은 미국에서 3D업종에서 일한다. 능력과 기술이 없으니 당연 미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영화에서는 어느 한순간 갑자기 모든 멕시칸이 미국에서 사라진다. 그 누구도 잔디를 깎지 않아 정원은 아무런 관리가 안되고, 집에 가정부가 없어 아기를 볼 사람이 없어져 출근을 하지 못한다. 식당은 또 어떤가? 주방 아주머니와 서빙할 사람이 없어지며,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인다. 화장실 정비공, 캐셔, 흔히 말하는 3D업종의 모든 사람들이 사라져 미국이 하루아침에 마비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에서 둘 다 거주해 본 경험으로써 말하자면 아무래도 영화인지라 다소 과장된 모습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해도 영화와 크게 차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미국에 사는 이 라티노들은 처음에는 원래 미국 주민, 미국에 살고 있는 멕시코계 미국인에 한정되었으나 불법이민자를 포함해, 그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미국에서 형성해가고 있다. 히스패닉의 인구는 무시할 수 없는 내수시장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며, 미래에 미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현재 미국에는 제1의 인구는 백인이며, 제2의 인구가 히스패닉이다. 모두가 흑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흑인은 단 13%에 불과하며, 히스패닉의 인구가 20%가 넘는다. 이 외 아시아계와 같은 소수인종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엘리트집단인 정치계에도 히스패닉이 당선되고, 앞으로 멕시코뿐만 아니라 히스패닉의 시대가 온다는 것에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다. 우리만 모른다.

특히 LA와 같은 곳은 여기가 멕시코일 정도로 스페인어가 많이 사용된다. 앞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도 기업, 국가, 모든 주체는 이 히스패닉에 주목할 것이며, 이들의 막강한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부를 만들 것이다.

국가와 국가사이에 밀접한 연관을 맺고, 교류를 하고 양국이 발전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그 국가 사람들은 어떨까? 마치 한국인과 일본인을 보는 듯하다. 한국인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일본에 대한 안 좋은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있고, 일본인은 최근 노재팬 불매운동이나, 위안부 문제 등 많은 정치 경제 이슈로 한국인을 싫어한다.

이들도 똑같다. 멕시코 친구들은 아직도 미국인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미국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멕시코 사람들이 허드렛일이나 하는 사람으로 아직도 생각하는 사람도 많으며, 멕시칸들은 미국인이 매정하고 돈에만 미쳐있는 사람들이라고 힐난한다. 스페인어로 ‘GREEN GO’라는 말이 있다. 언뜻 들으면 이는 스페인어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직역하자면 ‘초록색은 가라!’라는 영어이다. 미국인들의 눈이 대부분 초록색임을 생각해 보면 영어에 서툰 멕시칸들이 "미국인들은 본인의 땅으로 돌아가라!"라는 의미이다. 아직도 멕시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은어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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