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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May 03. 2024

백수지만 행복할 수 있는 이유

퇴사 3년 차. 감정의 격변기를 지나 이제야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먹고 살 묘책을 찾은 건 아니지만 하루의 비중을 행복으로 더 채울 수 있는 이유는 먹고사는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삶은 원하는 삶의 모습에 가깝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매일 글을 쓰며 나의 감정을 살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은 행복하고 이전까지는 행복보다는 불안감을 더 크게 느꼈던 이유는 결국 내 관점의 차이였다. 나에게 머무르는지 아니면 남들의 삶에 더 머무르는지에 따라 삶은 행복과 불안을 종이 한 장 뒤집듯 변하는 것을 알았다.


이전엔 소유로부터 오는 만족감이 행복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3년의 백수생활 덕분에 행복이 소유와는 무관하단걸 느낀 뒤 그동안 행복한 삶에 대한 기준이 잘못 설계되어 있었음을 깨달았다. 사람이 '삶'이라는 시간을 부여받았을 때 행복 역시 주어지는 것이었다. 마치 '1+1'처럼 '삶+행복'은 인생의 기본값이었는데, 행복과 점점 멀어진 이유는 소유의 조건을 붙였기 때문이다.


소유는 순간의 만족과 생활의 편리를 더해주는 것 역시 맞다. 그러나 그것이 행복의 조건이 아니라고 말하는 건 비유하자면 소유는 도파민에 가깝기 때문이다. 순간의 흥분감을 주는 촉매제 같은 것이다. 오히려 소유하지 않고도 이미 존재하는 자연에서 더 큰 풍요를 느낀다. 자연의 품 안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안온함을 경험한다. 아이가 건네는 짓궂은 미소는 어떤가. 이 또한 소유할 수 없지만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행복을 선사한다.


'어떻게 살아가는 게 행복한 삶인가?'에 대한 질문은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줄곧 이어졌다. 내가 찾은 답은 이것이었다. '나에게 행복한 삶이란 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 시간, 공간, 관계, 일, 쉼, 모든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 나에겐 행복한 삶이다. 그래서 지금 행복할 수 있고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지금까지의 나는 '결과'에 머물러 있었다. 월 천만 원 벌기, N잡러가 되기, 인스타그램 1만 팔로워 만들기 등, 결과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보니 그게 오히려 나에겐 덫이 되었다. 진짜 원하는 삶이 월 천만 원을 버는 삶도 아니고, N잡러가 되는 삶도 아닌데, 그래야만 할 것처럼 나를 다그쳤다.


그러나 관점을 결과에서 선택으로 옮기니 결과는 방향을 점검하기 위한 하나의 지표가 되었다. 월 천만 원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내 선택에 따라 N잡러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한 가지에 몰입할 수도 있는 자유로움. 이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었다.


만약 내가 직장인이어서 행복하지 않다면 반대로 백수라면 행복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 10명 중 7, 8명은 현재의 삶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지금 내 기준이 무엇인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행복 앞에 나는 어떤 기준을 세우고 있는지 한 번쯤은 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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