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침 글쓰기를 해본다. 월요일에 들었던 이동영 작가님의 글쓰기 강의에서 글쓰기 습관을 들이고자 할 땐 3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분량 루틴을 갖는 것. 둘째는 장소 루틴, 그리고 셋째는 시간 루틴이다.
나에겐 이미 이 3가지 루틴이 있다. 분량은 딱 정해 놓은 건 아니지만 매일 브런치에 글을 한 편씩 발행한다. 글자수를 세어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1000자~1500자 사이쯤 될 것이다. 장소는 주로 동네 스타벅스나 내 방 책상에서 쓴다. 매주 목요일 연재 브런치 북 <오늘도 카페 라이팅>은 장소 루틴 덕분에 탄생했다. 마지막 시간 루틴은 최소 30분 이상은 쓰는 시간을 갖고 있다.
최근 친한 작가님께 '작가님은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이 언제였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 순간 답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 '자랑스럽다'는 것이 영 와닿지 않았기에 40년 인생 필름을 거꾸로 돌려보며 뭐라도 찾아보려 했는데 쉽지 않음을 느꼈다.
대략 일주일 정도 질문을 곱씹어 보니 떠오른 한 가지가 '꾸준함'이었다. 내 40여 년 인생에서 가장 오랜 세월 나에게 배어있는 습관이면서 이제는 그냥 '나'라는 인간 그 자체인지도 모를 그것. 그게 꾸준함이다. 시작하기까지 생각은 많아도 한 번 시작하면 오래가는 편이다.
글쓰기로 예를 들어보면 주 5일씩 매 달 20일은 쓰는 모임을 17개월째 운영하고 있고, 올 해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관계도 두루 넓기보단 소수와 오래 깊은 편이다. 심지어 아내 하고도 연애 7년, 결혼 11년 도합 18년을 함께 하고 있다.
그동안 어쩌면 스스로 세운 허들만 없었더라면 아마 진작 'N잡러'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나씩 시작하고 유지하면서 또 다른 걸 시작하고 유지하기를 반복. 그렇게 이미 N개의 일을 벌였을지도. 갑자기 스무 살부터 마흔까지의 내가 좀 한스럽다. 왜 그리 장애물을 세우고 살았는지. '과거의 알레야. 오늘의 내가 그걸 때려 부수고 치우고 넘어서느라 매일 고생 중이란다!'
간혹 온라인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꾸준함이 어렵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나는 꾸준함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꾸준함을 갖기 위해선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책에서 본 것 같다. 그런데, 가만 보면 나에겐 별다른 목적도 거창한 이유도 없었다. 그냥 했다. 글을 쓰면서 한 가지 기준을 세운 것이 '1년의 법칙'이었다. 스스로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한 시간의 기준이다. 글쓰기는 그렇게 3년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책에서 말하는 것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취미 수준을 넘어 불편의 다리를 건너야만 하는 선택일 경우. 1인 사업이 될 수도 있고, 콘텐츠 발행일 수도 있고, 건강한 삶을 위해 익숙한 삶을 역행해야만 하는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럴 땐 확고한 목적이 꾸준함의 동력이 되어 준다. 나에게 글쓰기 1년은 진정성 확인의 시간이었다면 이후 2년은 자기 계발과 퍼스널 브랜딩을 위한 시간인 것처럼.
결국 꾸준하기 위해선 두 가지 조합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나는 숨쉬기처럼 가볍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숨쉬기는 살기 위해 멈출 수 없는 것처럼 분명한 나만의 목적을 갖는 것.
오늘에야 돌아보니 '꾸준함'은 '내가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간 나에겐 당연했고, 익숙해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꾸준함에 의미를 부여하니 마치 새로운 강력한 무기를 하나 가진 기분이다. 앞으로 이 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문득 궁금해진다. 당신에게는 어떤 순간이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인지. 이 질문을 받고 생각을 곱씹은 나처럼 오늘 나의 글을 만난 당신에게도 같은 반작용이 일어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