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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Apr 12. 2024

나의 이름에 담긴 의미

이름은 참 오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삶이 그려나가는 모양이 이름에 담긴 뜻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아 보인다. 작명, 사주팔자를 믿지는 않지만 이름과 삶이 콜라보를 이룰 땐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나의 필명인 '알레'는 의미도 표기도 '아는 것'과는 무관한 스페인어 이름 '알레한드로(Alejandro)'의 준말이지만 그럼에도 나 자신을 알고 싶은 욕구를 잘 드러내고 있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필명 못지않게 본명의 한자 뜻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의 삶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음을 깨닫는다. 


나의 본명은 '재혁'이다. 한자로 '실을 재(載)' '불빛 혁(爀)'자를 쓴다. '실을 재(載)'자는 수레에 물건을 싣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수레에 물건을 실어야 출발한다는 뜻이 더하여져 '시행하다, 출발하다'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같은 한자가 쓰인 단어로는 '등재하다'가 있다. 


'불빛 혁(爀)'자는 '빛날 혁(赫)'자와 동자다. 내가 알기론 내 이름의 '혁'자도 '빛날 혁'자로 부른다. 둘의 차이는 앞에 불 화 변의 유무다. 부모님께 듣기론 획수를 맞추기 위해 불 화 변이 들어간 '혁'자를 쓰는 거라고 알고 있다. '빛나다'는 의미를 가진 한자는 '나타나다, 드러나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같은 한자가 쓰인 단어로는 '혁혁하다'를 들 수 있다.


나의 필명과 본명의 의미가 삶과 함께 뒤섞이면 어떤 의미를 담아낼까?


나는 나 자신이 빛나길 바란다. 연예인이나 어떤 감투를 쓰는 걸 뜻하는 게 아닌 고유한 존재로서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발산하는 항성이 되길 바란다는 의미다. '나'로 살아가는 삶은 내면의 힘을 통해 스스로 빛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자신을 더 깊이 알아가기 위해 매일 글을 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나의 성향 중에 '마음먹기'에서 '실행하기'까지의 거리가 멀어 실행이 다소 느린 편인데 이름에서도 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수레에 물건을 실어야 출발한다는 의미'로 나의 성향을 해석해 보면 '스스로 동의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것'에 대입해 볼 수 있다. 해야만 하는 이유를 마치 수레에 물건을 다 싣든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나 회사 또는 교회에서 주로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주로 했는데, 이 또한 주변을 밝히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내 이름 '혁'자가 제 몫을 톡톡히 하는 순간이다. 어딜 가나 긍정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역할. 그게 지난날의 궤적이 보여주는 나의 모습이다.


문득 이름을 해체해보고 싶어진 이유는 한 편의 브런치 북을 읽으며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름'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고유명사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나를 알고 진짜 나로 살아가기 위해 의미를 곱씹어 볼 가치가 있다. 물론 자의적 해석이지만 자기만의 이유를 부여해 보니 단단한 힘이 생겨나는 듯하다. 


살면서 가장 익숙한 게 어쩌면 내 이름이다. 익숙한 만큼 가치를 잊고 살아가기 쉽다. 온라인에서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또는 외국계 기업을 다니며 본명이 아닌 예명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나의 본명을 깊이 사색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보자. 비록 순간 오그라들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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