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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May 09. 2024

오늘 딱 한 걸음만 가보자

아침부터 교회 봉사를 다녀오니 오늘 출근 시간은 오후 2시가 훨씬 넘어버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요일에 카페에 오는 게 오랜만이라는 기분이다. 한동안 주 3회~4회는 카페에서 작업을 했는데 그랬더니 이 공간마저 익숙해지는 듯해서 다른 곳으로 가야 하나 싶었다. 며칠간의 공백 덕분에 오랜만이라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오늘은 달콤 쌉싸름한 돌체라테와 함께 하는 중이다. 정확한 건 모르지만 아래쪽은 연유가 깔려있고 위쪽엔 에스프레소가 담겨 빨대로 쭉 들이마시면 진한 단맛에 이어 쌉싸름한 맛이 올라와 입안에서 적절하게 섞인다. 두 가지 맛을 동시에 느끼는 게 좋아서 일부러 섞어 마시지 않는다. 


아, 말해 뭐 하겠냐만은 역시 오늘도 스타벅스로 출근했다. 마침 오늘부터 별 2개를 주는 리워드가 시작되었다는 이벤트 팝업을 보고 평소 거의 마시지 않는 아이스 돌체라테를 주문했다. 부지런히 시작한 하루의 몽롱함과 에너지를 다시 끌어올리기에 딱이라는 생각이다.


이번주는 여러모로 하루하루가 의미 있게 흘러가고 있다. 월요일에 시작한 '코즈모스 컴퍼니'를 기점으로 주간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매일 의식을 깨워둔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솔직히 스몰 스텝으로 나아가고자 마음먹었던 터라 행동반경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러나 적어도 동료들 앞에서 내가 한 약속을 지켜내고 싶다는 마음이 꽤나 강하게 작동하는 걸 느낀다.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는 건 월요일부터 하루 10분 운동은 실천하는 중이다. 이제껏 고작 10분도 할 마음이 없었는데. 이래서 동료들이 필요한가 보다. 그리고 또한 이래서 '선언하기'가 효과적이라고 하는가 싶다.


요즘 카페는 물론이고 틈만 나면 외출 스케줄을 잡는다.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는 것이 나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오랫동안 집에서 혼자 작업하던 중 외출이 잦아지니 제일 고생하는 건 발바닥인 듯하다. 집에 돌아오면 발바닥에 하루의 피로가 다 몰린 기분이다.


그동안은 솔직히 지출에 대한 부담이 있어 최대한 집에서 작업하려고 했는데 막상 집에만 있으니 사람이 계속 가라앉는 걸 느꼈다. 똑같이 4시간이 주어져도 생산성의 측면에선 월등한 차이를 보였다. 진작 집 밖으로 더 자주 나갈걸 그랬나 싶다. 


오늘도 카페에는 카공족들이 하나 건너 하나 자리하고 있다. 누군지 전혀 알지 못하지만 이들에게서 '암묵적 동료'라는 느낌이 든다. 덕분에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작업 몰입도가 높아진다. 그런데 솔직히 이들의 존재보다 더 몰입하게 만드는 환경은 따로 있다. 


카페는 모두에게 공개된 공간인 만큼 노트북을 펼쳐 놓고 딴짓을 하는 게 은근 민망하다. 그래서 글을 쓸 땐 쓰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고 책을 볼 땐 독서에만 집중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 상태에 있는 우리들은 집중력을 너무나 쉽게 도둑맞기에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잠깐잠깐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괜히 SNS를 열어 보는 순간 걸어가던 시간이 달리기를 시작하니까. 


여기까지 글을 쓰고 잠시 둘러봤는데, 나의 동료들 여럿이 집중력을 빼앗긴 장면을 보았다. 이러면 나도 괜히 SNS를 확인해보고 싶어 진다. 다시 자세를 바로 잡고 집중! 어쨌든 집에서 작업할 때보다는 효과적인 건 사실이다.


요즘 봄바람이 제법 선선하게 불어 기분도 한결 가볍고 좋다. 카페까지 걸어가는 10분 남짓의 시간. 스쳐 지나가는 봄날의 바람을 느끼며 오늘의 한 걸음을 가볍게 내디뎌 본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자주 되뇌는 말이 있다. 큰 성공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수한 '다시'의 반복으로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번 한 주만 돌아봐도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의지가 불타 올랐다가 가라앉으며 이전의 습관으로 돌아갈 뻔하다가 다시 끌어올리기를 반복했다. 마치 돌체라테처럼 월요일엔 찡긋할 만큼 진한 달콤함을 느꼈다가 수요일 밤엔 습관적으로 밀려오는 씁쓸함에 또 늦은 밤까지 깨어있을 뻔했다.


앞으로도 분명 부침을 반복할 거다. 그러나 오르내리더라도 접영을 하듯 앞으로 나아갈 거라 믿는다. 멈추지 말고 오늘 딱 한 걸음만 가보자. 1년 뒤 적어도 365걸음 앞에 서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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