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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Oct 11. 2024

두려움 너머 나다운 삶으로 나아가기

오랜만에 책을 주문했다. 브런치팀의 <작가의 여정> 팝업 전시를 보고 돌아온 것에 이어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글이 고파졌다. 글에 대해 이토록 진한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나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여전히 배움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보니 대선배격인 작가님들의 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뜨고 싶었다.


단지 어제와 오늘만 비교해도 그렇다. 팝업 전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가슴을 두드린 수많은 말들을 쓰고 또 쓰기 바빴다. 하룻밤 사이 창작의 샘이 말라버린 기분이다. 오늘은 도통 써야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가장 일상적이고 편안한 공간에 머물러 있으니 머릿속도 그저 편안해졌나 보다.


여전히 일정량의 자극이 전달되어야 글을 써내려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작가로서 나의 부족한 현재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 같다. 무수한 상상과 무한한 생각의 확장 속에 이야기를 펼칠 수 있으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배움의 시간의 더 필요한 걸까. 


그래도 한 가지 소득이 있었다면 단조로운 삶도 책을 엮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단조로운 삶이라고 여기는 시간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요즘 새삼 '작가'라는 세계의 매력이 빠져드는 기분이다. '글' 하나만으로 가슴을 울리고 생각의 물꼬를 트며 삶의 방향마저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사람. 작가는 그런 존재라는 것이 새삼 멋있게 다가왔다. '어떻게 하면 나의 글 속에도 그런 힘이 담길 수 있을까?' 지금으로는 그저 바람일 뿐인 마음을 품어보지만 그 마음을 잘 간직하고 있다 보면 언젠가 어떤 누군가에게 그런 의미로 다가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두려움과 믿음. 최근 이 두 가지를 많이 떠올렸다. 내 삶에는 언제나 넘지 못하는 경계가 있다는 기분으로 살아왔다.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해도 시원하게 넘어섰다는 느낌을 느끼지 못한 채 경계 안에서의 편안함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글을 쓰며 알게 된 건 가장 밑바닥에 나를 믿어주지 못했던 마음과 그로 인해 받게 될 거절, 좌절 그리고 실패의 두려움이 경계선 밖으로 나가려는 마음을 계속 누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글쓰기로는 지레 그 이상 넘어가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제 처음으로 경계를 넘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났다. 책을 써보고 싶어 졌고 글 쓰는 사람들과 더 많은 연결의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창작이라는 활동 앞에 어쩌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사람들과 누구도 귀담아 들어주지 않을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졌다.


하루 사이 변한 것이라곤 내가 나를 '작가'로 믿어주기로 한 것뿐이었다. 어제 하루 종일 가슴속에 남아있던 여운을 통해 내가 얼마나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지, 심지어 글이 잘 쓰이지 않아 하염없이 보내는 그 시간마저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믿음은 두려움을 무색하게 만든다. 나를 믿어준다는 것은 과거에 내가 경험했기에 다시 할 수 있음을 믿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연장선상에서 아직 겪어보지 않은 것을 감당해 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다. 즉 '나'라는 존재에 대한 사랑이고 수용인 셈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이만큼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도 결국 나에 대한 작은 믿음 때문이지 않았을까? 작은 믿음만으로도 여기까지 왔는데 하물며 완전한 믿음으로는 뭔들 이뤄내지 못할까! 이제부터 경계선 밖으로 나아가 보자. 작가로서 내 앞에 열릴 시간을 기대하며 오늘을 써 내려가 보자. 믿음의 힘을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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