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글 쓰러 나갑니다

by 알레

오후 2시. '나갈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2시간 뒤면 어린이집 하원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 집 근처 스타벅스까지 걸어가면 10분 남짓. 가서 자리 잡고 주문하고 노트북 펴고, 음료 나오는 거 받은 뒤 바로 글쓰기를 시작해도 또 10분 남짓의 시간은 흘러간다. 계산상 군더더기 행동 없이 착착 진행해야 겨우 1시간 40분 정도의 가용시간 밖에 없다는 결론인데, 그래도 가는 게 맞을까?


잠시동안 이 생각을 아주 빠르게 한 뒤 결론을 내렸다. 가자!


오랜만에 집에서 낮잠도 한숨 잔 뒤라 집에서 작업을 해도 그만이었다. 그럼에도 나가고 싶었던 이유는 몸을 좀 움직이고 싶다는 것과 여러 사람이 있는 공간에 가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평일 낮시간의 집은 한없이 고요하다. 집 안이 고요하니 외부의 소음이 유난히 잘 들린다. 그래서 보통 집에서 작업할 땐 음악을 틀어놓는다. 카페에서 작업하는 분위기와 유사하게 만들기 위함이지만 또 다른 이유는 적막을 가리고 싶기 때문이다.


살다 보니 나에 대해 조금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과연 나는 북적대는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홀로 있는 조용한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당연히 전자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렇다고 광란의 파티 현장과 같은 곳이나 출퇴근길 지하철처럼 무질서의 북적댐을 좋아한다는 건 아니다. 그저 내 기준의 북적댐은 정확히 카페 정도다.


그런데 헷갈리기 시작한 이유는 그럼에도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에 대한 갈증을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본래의 나는 카페와 같은 개방된 공간에 여러 사람이 적정 소음으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중에 혼자만의 고요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정리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다만 육아를 시작한 뒤 모든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난 고립된 나만의 시간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정도랄까.


생각해 보니 동네 스타벅스에 가는 건 오랜만인 것 같다. 이번달에는 바깥출입도 많았던 터라 더욱 외부 일정이 없는 날엔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간 스벅과 좀 격조했다. 미안한 마음에 오늘은 무려 6,900원짜리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아메리카노까지 더하면 1만 원이 훌쩍 넘는 지출이지만 마침 음료 쿠폰이 있어서 1만 원 이하 지출 방어에는 성공했다.


요즘 내 인생 최대의 화두가 하나 생겼다. 바로 이 질문에 답하는 것.


내일은 뭐 하지?


혹시 '뭐래?' 또는 '장난해?'라는 생각이 일어났다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가 아니라 당신도 스스로 답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이 질문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그저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회사에 가서 일을 하고 수준의 답을 요구하는 물음이 아니라 인생의 내일에 대한 질문이다.


라이프 코칭 첫 번째 세션을 앞두고 퓨처셀프에 대한 콘텐츠를 찾아봤다. 지난번 퍼스널 브랜딩 코칭을 받고 난 뒤 뭔가 달라진듯한 삶이 다시 제자리에 돌아온 이유, 아니 일편 그보다 더 무력감을 느끼게 된 이유는 바로 내일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직 책을 읽어본 건 아니라서 더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진 못하겠지만 코치님이 이야기하신 것과 같은 접근을 하고 있어서 바로 책을 주문했다.


가끔 인생이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지금 내 기분이 그렇다. 현재 나에게 실력보다 더 부족한 건 마인드라는 생각. 이미 한 번 거쳐온 생각인데 다시 그 지점에 서있다. 그래도 전보다는 질문도 답도 분명 더 레벨업 되어 있을 거라 믿는다. 오래전 즐겨했던 게임 중에 대략 10개의 스테이지가 계속 반복되는 게임이 있었다. 바뀌는 건 상대의 싸움 레벨과 이에 따른 그래픽 디자인이었다.


아마 지금 나에게도 바뀐 건 질문의 난이도와 내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지 않을까?


위의 질문에 당장은 뭐라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막연한 답을 늘어놓는 건 이미 수차례 해봤다. 이제는 더 농도 짙은 답을 내고 싶다. 내일 아침 나를 잠에서 깨울 만큼 강력한 답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 SNS에 한 가지 선언했다. 매일 아침 9시 전에 독서인증을 하겠다고.


당장 인생의 답을 내진 못하겠다면 적어도 좋은 습관이라도 쌓아가면 기초는 튼튼해지겠지.


오늘은 절기상 상강이라고 한다. 서리가 내리는 시기라는 뜻답게 유독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하루다. 하필 머리를 감고 나와 걸어오는 내내 머리가 찡- 한 기분이었다.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어 글도 후루룩 쓰고 있다. 맛으로 먹기보단 잠을 깨우는데 제격인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도 한 몫했다.


오늘도 카페엔 나의 동지들인 카공족과 업무시간에 커피 한 잔 하러 내려온 사람들, 그리고 즐겁고 열띤 담소를 나누는 어른들이 한데 어우러져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연 이들은 어떤 내일을 향해 살아가고 있을까? 잠시 턱을 괴고 찬찬히 둘러보며 생각에 잠긴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