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쓴 지 3년이다. 쓰는 내내 마음속 가장 밑바닥엔 좀처럼 닿지 않는 침전물이 되어버린 마음이 있다. '나는 작가인가?' '내 글은 읽히는 글일까?' 누군가 이 물음을 나에게 건네었을 땐 나름의 멋진 생각들을 꺼내어 답을 하곤 했는데 솔직한 고백이지만 나 또한 여전히 이 물음을 품고 살아간다.
브런치스토리팀의 성수동 팝업 전시 공간을 방문했다. 마침 이번주 [틈]에 내 글이 큐레이션 되었다며 팝업 전시장 한편에 소개될 거라는 연락을 받았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글이 전시된 공간이라 그런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소개된 작가님들의 생각을 담아가려는 듯 진중한 발걸음들을 마주했다. '와, 내가 저 중에 한 사람이라니!' 그저 감개무량했다.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틈]이 소개된 벽면 앞에서 한참 서성였다. 그냥 좋았다. 순간을 담아두고 싶었다. 사실 어찌 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마침 [틈] 시즌2의 첫 주 큐레이션에 뽑힌 덕분에 팝업 전시장에 이름이 걸릴 행운을 얻은셈이까. 아무렴 어떤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작가'의 정체성에 대해 나처럼 매일 고민하는 이 시대의 작가들에게 한 줄 용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누가 나를 알아볼리는 만무하지만 그럼에도 혹 아는 사람 누구라도 만나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그때 친한 작가님 한 분을 만났다. 어찌나 반갑던지. 짧은 시간 밀린 이야기를 나눈 뒤 다시 각자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공간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했던 만큼 크지 않은 공간을 여러 번 오가며 시간을 보내다 다시 입구에 전시된 지난 브런치 대상 수상 작가님들의 작품을 보았다.
부러운 마음과 존경스러운 마음으로 한 분 한 분의 프로필 사진부터 책 제목, 키워드를 훑던 중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를 출간한 여름 작가님의 책을 들었다. 스르륵 책장을 넘겨 보는데 순간 울컥했다. '이 감정은 또 뭐지?' 아무도 눈치챌리 만무한 순간의 감정이었지만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차분히 마음을 들여다보니 이내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경로 이탈'이라는 한 마디가 가슴에 콕 박혔기 때문이었다.
'3년 전 나는 스스로 경로이탈을 해놓고 왜 삶의 욕망은 여전히 이전 경로에 머물러 있는 걸까?'
3년이면 짧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몸과 마음이 아직도 완전히 함께하지 못하고 있음에 울컥했다. 그만큼 현재의 삶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입으로는, 글로는 오늘이 중요하다고, 현재를 살아야 한다고 떠들어대면서 정작 내 삶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잠시 서글픈 마음이 밀려왔다.
조용한 숨을 내쉬며 계속 마음속 여운을 느꼈다. 잠시 머물렀던 서글픈 마음이 가시고 나니 또 한 가지 생각이 찾아왔다. '그런 마음을 느끼는 것 자체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는 거잖아. 그게 너의 솔직한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이고 너는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거니까.'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전시장을 나와 근처 어디라도 들어가 글을 쓰고 싶었다. 그리고 카페에 앉아 여운을 붙잡기 위해 오늘치 글을 쓴다.
글을 쓰며 또 한 번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3년 전 경로 이탈을 선택했던 나의 삶은 '보잘것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못난 생각에 가려진 '나다움'이었음을 깨달았다. 매일 고민하고 부딪히며 방황해도 그 시간 자체가 내 길의 연장선이었다는 걸 왜 여태 받아들여주지 못했을까.
<작가의 여정> 팝업 전시를 보며 다시 나는 작가였음을 돌아보게 되었다. 가장으로서 '삶에 무책임한 선택을 한 것 아닐까'하는, 나를 찌르는 못난 생각들이 자주 불쑥불쑥 올라오더라도 그마저도 글에 담아내는 작가라는 것을.
분명 누군가는 보잘것없는 나의 언어로 써 내려간 글을 통해 위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품어본다. 그럴 수만 있다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오늘도 한 줄씩 써 내려가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용기 내어 당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