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했고, 잔뜩 흥분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오랜만에 카페로 향했다.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마음속에 들어찰 때가 있는데 오늘 유독 그런 날이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아내가 출근한 조용한 집을 두고 굳이 카페로 향하는 이유는 익숙함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경각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바짝 조였던 마음이 근래 들어 느슨해지고 있었다. 목적지에 대한 갈망이 아닌 눈앞의 부스러기를 바라보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나를 보았다. 여러 해를 반복하며 경험했던 만큼 이럴 땐 무조건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게 답이다. 동네 스벅도 익숙한 공간이라면 익숙한 공간이지만 또 최근 몇 주를 안 갔더니 오랜만에 새로움이 느껴진다. 그 사이 새로운 메뉴도 출시되었다.
살짝 점심시간을 걸쳐 나왔더니 하마터면 자리를 잡지 못할 뻔했다. 카공족은 아니지만 그들의 틈에서 카공족인 듯 조용히 섞여 지낸 지 꽤 됐다. 이 생활에 익숙해졌음을 느끼는 건, 이전 같음 널찍한 테이블에 하나 건너 하나, 맞은편에 또 하나, 사람이 있으면 아무리 빈자리가 있어도 앉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냥 눈치 안 보고 자리에 앉는 나를 볼 때다.
카페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이라 선호한다. 새로운 사람들이 머물고, 새로운 메뉴가 출시되며, 한 자리가 익숙해지면 다른 자리로 옮기면 또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가 좋은 공간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밥 값에 육박하는 커피 한 잔 값도 실상 비싼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히려 하루 몇 시간의 자리값을 아주 저렴하게 이용하는 샘이랄까.
2024년도 이제 3개월 남짓의 시간이 남았다. 언제나 돌아보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그리고 돌아본 시간이 꽤 흡족했던 적이 생각보다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이유를 생각해 보니 늘 결과 위주로 생각했기 때문임을 깨닫는다. 삶은 과정이라 말하면서, 쌓아가는 시간의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결과를 중심으로 나를 평가하고 있었다니. 이제라도 다시 과정에 집중해 보기로 생각을 고쳐본다.
퇴사 후 3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퇴적물처럼 남겨진 불안감이 하나 있다. '올 해도 별반 다르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또한 결과 중심의 사고 때문이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마음을 들여다보면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는 돈벌이에만 국한된다. 그런데 그 색깔이 워낙 짙어서 내가 쌓아온 성장의 시간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게 문제다.
다행인 건 그래도 올 해는 새로운 경험을 하나 둘 늘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내 주변에 꾸준히 자기 길을 걷는 사람들 중 하나 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는 것도 나에겐 긍정적인 신호로 다가온다. 그들이 고뇌하며 보냈던 그 시간을 잘 알기에. 나에게도 오늘의 그들과 같은 날이 올 것이라 믿기에.
오늘도 나는 글을 쓰며 나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글을 쓰며 나의 성장의 시간을 쌓아본다. 최근 SNS에 올린 글 하나에 폭발적인 반응을 경험했다. 이를 통해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나눌만한 특별한 재능이나 정보가 없어도, 사람들을 자극시키는 기가 막힌 후킹이 없어도, 진심이 닿으면 연결될 수 있다고. 그게 콘텐츠의 힘이라고.
그러니 계속 과정을 기록하는 게 필요하다. 과정이 좋으면 결과는 분명 따라온다. 믿자. 그리고 글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