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레 Jun 27. 2024

평범한 인생은 없다. 단지 평범하게 바라볼 뿐이다

낮 12시 사당역 인근 카페.


평소라면 동네 스벅에서 카페라이팅 브런치 북 연재 글을 쓰고 있었을 시간에 사당역 인근 카페로 향했다. 일전에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던 작가님 한 분을 만났다. 해외에 거주하시는 분이신데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고 마침 한국에 계시다고 해서 약속을 잡았다. 모임에 참여하실 당시 줌을 통해 얼굴을 뵀던 게 전부였기에 실제로는 첫 만남이었다.


모임에 참여했을 때 기억으로 작가님은 콜롬비아의 어느 시골 마을에 살고 계셨다. 번잡한 삶보다는 자연 친화적인 삶을 추구하시는 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프리랜서 작가 일을 하고 계신다는 것까지 기억이 났다. 


글을 통해 관계가 형성된 분들은 글 속에 담긴 그 사람의 이야기 덕분에 이미 내적 친밀감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실제 만남이 더 기대된다. 마치 이야기의 주인공을 만나는 것처럼.


'오늘 작가님과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게 될까?' 호기심 가득 안고 약속 장소에 나갔다.

사당역 인근 BGM 카페. 벽에 내장되어 있는 스피커가 인상적이었다.


그로부터 2시간 30분 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눴다. 나의 직장 생활 이야기부터 귀촌생활, 그리고 퇴사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압축된 인생 이야기로 대화의 문을 열었다. 작가님의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뉴질랜드와 호주에 살다가 갑자기 떠난 페루여행에서 아마존 정글까지 가게 된 이야기. 그리고 콜롬비아의 어느 시골 마을에 살면서 맞닥뜨린 삶의 우여곡절을 통해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꼈다는 이야기.


축약된 인생 서사부터 프리랜서의 삶과 마음의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까지. 만약 작가님이 이후의 스케줄이 없었더라면 계획했던 3시까지 꽉 채워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다. 그만큼 재미난 시간이었고 수많은 이야깃거리로 가득 채워진 시간이었다.


나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다. 한 달에 두 세 사람은 꼭 만나는 기분이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다. 물론 온라인에서 사전에 교류가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다. 온라인에서의 관계는 대체로 피상적인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느슨한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이기에 부담 없는 가벼운 관계 형성을 더 선호한다.


그중에서 유독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그냥 '저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땐 어김없이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 티타임 한 번 할까요?'


상대방이 거절하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근데 고맙게도 대부분은 수락해 줬다. 한 번의 만남이 두 번, 세 번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한 번으로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들을 만날 때면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오늘 만난 작가님의 스토리도 흥미로웠다. 아마 전체 이야기를 다 들으려면 몇 날 며칠도 모자랄 것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계셨다.


나의 이야기도 솔직히 평범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회장님들을 만나고 취업했던 이야기는 듣는 모두 '와, 이런 경우도 있네요'라는 반응이다.


이야기를 주고받고 하다 보면 느껴지는 게 하나 있다. 우리의 인생은 살아온 세월만큼 이야기로 채워지는 하나의 스토리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스토리북은 물리적인 시간이 멈출 때까지 계속 페이지가 추가된다. 물론 후속 시리즈가 나올 때도 있다. 자녀들이, 형제들이 누군가 그 사람을 기억하며 회상할 때가 그렇다.


나는 언제나 나에겐 별다른 이야깃거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큰 어려움도 없었고 풍파도 없었다고 여겼다. 근데 착각이었다. 아니 오히려 내가 쌓아온 시간의 가치를 폄하하는 태도였음을 알게 되었다. 대체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었어야 하고 얼마나 '거센' 풍파를 겪었어야 삶이 무난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느냔 말이다.


습관처럼 남들과 비교하는 태도가 나만의 이야기를 인정해주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언제나 남들에게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나의 태도를 반성하게 되었다.


우린 각자의 삶으로 각자의 페이지를 써 내려가는 중이다. 이 이야기는 독자가 없다. 나 자신이 부여하는 의미가 전부이며 가치다. 그러니 나에겐 별다른 이야깃거리가 없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하자. 당신에게는 이야깃거리가 없는 게 아니라 일상을 재발견할 마음이 부족할 뿐이다.

이전 16화 물은 끊겼지만 글감은 끊기지 않는 일상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