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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n 20. 2024

물은 끊겼지만 글감은 끊기지 않는 일상 글쓰기

요즘 스타벅스에 가면 거의 매번 같은 음료를 주문한다. '씨쏠트 카러멜 콜드브루.' 피곤함이 계속되니 몸에서 달달한 게 제대로 당기나 보다. 오늘도 역시 같은 메뉴를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았다. 평소 좋아하는 자리는 창가 쪽 바 테이블이지만 날이 더워지니 그 자리보다 카운터 앞, 널찍한 스터디 테이블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가장 시원한 자리이기 때문에. 


오늘은 뭐에 대해 쓸까 고민이 된다. 마침 어제 썼던 난민 체험기 글이 조회수 폭발 중이다. 아마 다음 메인 어딘가에 노출된 것 같은데 잠깐 찾아봤지만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다. 남의 속도 모르고 떡상중인 조회수에 웃픈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 와중에 조회수 터졌다고 위로받고 있는 나란 사람도 참.


생각지 않은 단수로 인한 난민 체험은 이번주 토요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덕분에 새로운 일과가 추가되었다. 아침에 한 번, 밤에 한 번 물을 길으러 가는 것. 다행인 건 어디 우물가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도 나는 글을 쓴다. 우울해서 쓰고, 즐거워서 쓴다. 감정을 털어내고 싶어서 쓰고, 털어낸 자리를 채우기 위해 또 쓴다.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진한 공감을 남기고 싶어 글을 쓴다. 감명 깊게 본 영화나 드라마, 책을 알리고 싶어 글을 쓰고 아이와 함께한 시간을 기록하고 싶어 쓰고 또 쓴다. 


이제는 삶이 된 글쓰기는 3년 전만 해도 딱히 할 줄 아는 게 없어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꾸준히 하다 보니 지금은 제일 잘하는 게 되었고 나를 대표하는 능력이 되었으며 덕분에 잘 몰랐던 재능을 하나 둘 찾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매일 글을 쓴다.


'쓰다 보니 알게 되고 알기 위해 다시 쓰는 선택을 하는 삶의 반복.'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시간에 대한 한 줄 요약이다.


때론 '돈' 생각이 앞서 이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시간처럼 여길 때도 있다. 그럴 땐 먹고사는 문제와 자아실현 욕구는 어쩌면 상극인 것처럼 보인다. 글 쓰면서 돈 벌어 보겠다고 선언도 해보고 의지를 다지며 수시로 가라앉는 마음을 끌어올려 보지만 솔직히 여전히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성격 탓이 큰 것 같다는 주변의 말에 점점 대꾸할 말이 사라지는 중이다.


글쓰기는 참 묘한 동반자다. 가벼운 마음으로 대할 땐 쓰고 싶은 말들이 한가득 떠오른 지만 조금이라도 잘 쓰려고 마음먹으면 오히려 아무것도 쓰지 못할 때가 많다. 아파트의 물이 단수가 되어 신경은 날카로워져도 어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미주알고주알 다 일러바치는 아이처럼 글 속에 답답함을 다 털어내고 싶어 안달복달이다.


'일상이 글쓰기'라는 표현은 요즘의 나에게 딱인 것 같다. 글쓰기로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야 있지만 돈벌이를 지워도 글쓰기는 계속 이어갈 의지가 강한 만큼 나에게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카페에 앉아 책도 읽으려고 들고나가지만 언제나 글쓰기에 우선순위가 밀려 그대로 들고 돌아오는 날이 더 많다.


아파트는 단수가 되었지만 글쓰기를 위한 나의 생각은 멈춤 없는 급수 상태인 것 같다. 어쩌면 뭐든 잘하려면 일상이 되도록 만드는 게 답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전문가의 코칭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기회가 흔치 않으니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상이 될 때까지 지속하는 것이지 않을까?


어디가 되었든 어떤 상황 가운데 있든 오늘의 쓸 만큼 써 내려가는 의지의 선택. 나는 단지 그것을 반복할 뿐이다.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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