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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n 13. 2024

글쓰기와 달달한 커피 한 잔으로 달래는 마음의 소란

한낮의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요즘, 집에 있다가는 전기세 폭탄 맞기 딱 좋은 시절이 돌아온 것 같다. 여행의 피로가 여전히 머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이지만 그냥 가방에 노트북 하나, 책 한 권 집어넣고 얼른 집을 나왔다. 아, 다이어리 두 개도 챙겨 넣었다. 피로는 머리를 짓누르고, 가방은 어깨를 누르는 가운데 성큼성큼 카페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도 스벅이다. 아무래도 오늘은 카페인을 때려 넣어야 할 것 같다. 정신이 너무 몽롱하다. 여행으로 밀린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아직 AI를 활용하는 기술이 초보라서 인공지능 비서가 아니라 인공지능 육아를 하는 기분이다. 매일 유튜브를 찾아보며 공부를 하고 있는데 정말 알면 알 수록 신세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어서 숙련되게 사용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오늘의 음료는 씨솔트 캐러멜 콜드브루다. 평소 집에선 아이스를 잘 안 마시는데 요즘 같은 무더위엔 무조건 아이스를 마신다. 빨대로 쭈욱 힘껏 빨아올린 한 입이 속이라도 좀 시원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잠들기 전 새벽에 남긴 글을 읽어보니 너무 혼자만의 현실감에 빠져버렸나 싶다. 글쓰기가 좋은 건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는 효과가 있다는 건데 그래서 한 편으론 쓸데없이 너무 다 드러내는가 싶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좋은 게 더 많으니까 계속 쓰고 또 쓰는 것일 테지만.


점심시간 즈음 스벅에 앉아있으면 이 동네 직장인들을 모두 다 마주친다는 기분이다. '다들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 '오전에 어떤 일과를 보내고 이 시간을 맞이했을까?' '왁자지껄 한 바탕 웃고 있는 그녀들은 어떤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까?' 구석 자리에 앉아 등 뒤의 벽에 머리를 기대어 눈알만 굴려 주변을 살피며 잠깐 잡생각을 떠올려 본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듣기 싫어도 들을 수 있지만 이미 이어폰 볼륨은 최대로 해 둔 상태다. 돌이켜 보면 직장 생활을 할 때가 가장 고민이 적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때도 삶에 대한 고민은 한 트럭이었지만 회사 밖에서 생존하며 마음속에 장기 투숙 중인, 이제는 오히려 주인장 같은 고민에 비하면 차라리 그때가 낫다 싶다. 그땐 적어도 체크아웃은 했었으니까.


요즘 다시 또 나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작가'인가? 2023년에는 '작가' 정체성이 뚜렷했다. 이 전에 공저 책도 3권 출간해 봤으니까 더욱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생각을 자주 떠올린다. 아무래도 오늘 새벽 불현듯 찾아온 자본주의 마인드가 다시 질문 카드를 꺼내 들은 것 같다.


이 질문은 '앞으로 나는 사람들에게 누구로 각인되길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닿아있다. 그래서 쉽게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가능성의 실오라기 한 가닥을 뽑아보자면 크리에이터가 1표 차로 우세하다.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의 바탕엔 '자유로움'과 '창작', 그리고 '생산성', '효율성'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실제 크리에이터들의 삶이 이것들에 가까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상상 속의 모습은 그러하니까.


카페에 오랜만에 와서 그런가 다른 때 보다 집중이 잘 되는 것 같다. 점심시간의 소란스러움에도 전혀 방해받지 않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며 '오늘 내 뇌가 열일하고 있구나' 싶다. '내 마음이 뭔가 할 말이 참 많나 보다' 싶다. 


언젠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마음의 소란 때문에 글을 쓴다고. 오늘이 딱 그 짝이다. 이래나 저래나 소란을 잠재우기에는 글쓰기가 최고라는 점에는 앞으로도 생각이 바뀌지 않을 예정이다. 


그나저나, 글 한 편 쓰는데 주문한 커피를 다 마셨다. 아직 4시간 정도 더 있어야 하는데, 어쩌지? 아무래도 쟁여놓은 무료 쿠폰 한 장을 사용해야겠다. 오늘은 카페인을 때려 넣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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