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꾸준히 쓰면 삶이 달라질 거라고, 삶이 명료해질 거라고 여러 차례 말했던 것 같다. 이런 메시지를 던진 이유는 내가 그걸 가장 바랐기 때문이다. 독서와 글쓰기를 나다운 삶의 시작이라고 전하는 가까운 지인의 확신에 찬 메시지처럼 나도 어떤 희망과 긍정을 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3년의 시간을 돌아보고 난 현재의 나에게 이건 더 이상 나의 메시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내가 발견한 메시지는 이것이다.
뭐라도 되고 싶고, 뭐라도 이루고 싶다며 잔뜩 힘주고 살았지만 아무리 애써도, 방법도 방향도 몰라 방황하고 있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인정해 주고 받아들여줄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이 커지는 것. 그게 내가 경험한 글쓰기의 힘이고 쓸모였다.
어떤 의미에선 이 또한 삶이 바뀐 것이긴 하다. 그러나 보통 '삶이 달라진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콘텐츠를 뜯어보면 그 속에는 경제적인 의미가 꽤 높은 비중으로 내포하고 있다는 점과, 나 역시 그 부분에 방점을 찍고 싶었다는 욕망의 민낯을 확인하고 나니 이것은 더 이상 나의 메시지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칭을 통해 알게 된 건, 타고나기를 잘 공감하고 타인을 도와 시너지를 내는 강점을 가지고 태어났으면서 자꾸 돈 버는 것에 마음을 두니 내 꼴이 아닌 값을 하느라 이래저래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다. 자꾸 돈벌이를 우선으로 생각하며 되지도 않는 낚시질을 해보려고 생각했던 지난날이 부끄럽기만 하다.
나의 글쓰기 3년은 혼란과 방황의 3년이라고 할 수 있다. 동남아 우기처럼 맑은 날 별안간 스콜성 비가 쏟아져 내리고, 그러다 다시 맑아지기를 반복했던 시간이다. 좀 나아진 듯해서 희망에 부풀었다가 다시 짙은 안갯속을 거닐기를 되풀이하니 오히려 그런 삶에 초연해지는 기분이다.
그러면서 넌지시 알겠는 건 이게 나만 그런 건 아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사실 101명이 같은 출발선에서 성공을 향한 여정을 시작해도 결국 최종 선발되는 건 11명뿐이었던 몇 년 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인생도 누군가의 성공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들러리 같은 심정으로 인내해야 하는 사람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자라거나 부족한 존재는 아니다. 단지 자신의 때를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
삶이 나에게 묵묵부답일 때 발걸음을 돌리지 않고 인내하며 계속 나아가기를 선택했다면 근본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단 하나뿐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불완전한 지금의 나를 받아들여 주는 것.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쓴다. 누구보다 그 답답함을 알기에 글을 쓰며 나를 보듬어 준다. 그리고 글쓰기로 빚어가는 지금의 시간이 훗날 빛나게 될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