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올림X 안 올림O
다시 글이 쓰고 싶어졌는데 혼자 쓰면 금방 사그라들까 봐 찾았던 글쓰기 모임. 벌써 5번째 시즌을 함께하고 있다. 3개월씩 5시즌이니 어느새 15개월. 습관처럼 익숙해진 격주의 루틴이다. 농담 삼아 고인 물 멤버 몇몇을 칭하며 나도 고여가는 물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1주일마다 1편씩, 모임에 불참하는 날에도 꼬박꼬박 써서 제출은 했던 글, 어떤 한 시즌에는 30일 챌린지로 매일 썼던 30개의 글까지. 글은 차고 넘치는데 막상 브런치에는 두어편 정도 옮기고 뚜껑을 덮어두었다. 모임 전에 써 온 글은 참석자들 앞에서 직접 낭독하고 소감을 나누는 완전 공개 글인데 세상에 공개되자마자 다시 비공개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나는 모르겠다. 좀 문인스럽게(?) 써보자면.. 나는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한다.
그나마 아는 부분이라고는 내 음침함 때문이겠다. 비록 타인이기는 하나 모임에서의 독자는 몇몇으로 특정된다. 내 마음대로 고인 물이라 칭하는 오래된 시즌의 고정 멤버, 그 시즌의 등록 멤버, 가끔 한-두 명의 원 데이 참석자 정도라 독자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사람들 앞에서 이 정도 이야기는 가능하겠다는 부분만 고르고 골라 쓰고 또 쓴다. 글의 구성상 꼭 필요한 부분도 숨기고 싶으면 모임 전 출력을 위해 미리 작성하는 글에서는 과감히 삭제하고 제출한다.
결국 진짜_최종_최최종_완성본은 내 PC 안에 내 비밀번호로 덮어져 고이고이 이중 삼중으로 잠겨있다.
그러다 어느 날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선제출하지 않고 직접 출력해가기도 했다. 사실 모임이 끝나고 회수하고 싶었는데 (실제로 회수해도 될까 묻기도 했음) 계획대로 되지 못했다. 솔직한 심정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내 이야기를 다 주워 담고 싶었다. 그 뒤로 다시는 그 주제로 글을 쓰지 않았다.
나는 멋대로 말하면서 남에게는 내 멋대로 기억되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 마감날에 쫓겨 어떻게든 제출은 하지만 만족스러운 글이 아니라 퇴고의 시간이 주어지면 어떻게 더 완성도 높은 글을 쓸 수도 있겠다 해놓고 결국 다시 안 쓰는 게으름. 글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면 추상적으로라도 직접 등장하는 현실 지인이 읽었을 때의 불편함. 역시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글인데 내가 절대 공개하고 싶지 않은 누군가가 읽었을 때의 불쾌함까지. 여러 마음의 집합으로 1년 이상 써온 짧고 긴 에세이들은 계속 잠자는 중이다.
역시 오늘도 명절 이후 첫 글쓰기 모임을 가졌는데, 문득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죄다 공개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일단 쓸 때부터 어디에 공개해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는 게 우선이겠다. 그 부끄러움은 문장력이나 구성에 대한 부분이 아닌 내용이다.
내 마음의 작은 허들을 넘기. 퇴고는 글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너무 퇴고만 하다 보면 난 아예 이 라운드에서 퇴장하려 한다.
그건 싫으니 일단 죽과 밥을 많이 짓겠다. 누군가의 입맛에는 맞을 것이고 아무도 안 먹어도 내가 다 긁어먹으면 된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