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나 홀로 정형외과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다.
https://brunch.co.kr/@64bca010c25d46f/22
<1부>
앞서 말했듯 나는 손목 결절종으로 독일에서 정형외과를 방문했다. 그리고 주사기로 관절액을 빼는 시술을 받았다. 내 건강보험은 사보험이라는 특징이 있다.
시술을 받고 경과를 보기로 했던 두 번째 방문은 약간 허무했다.
지난번보다 30분 가랑 덜 기다리고 만난 의사 선생님은 내 손목을 보고, "역시나 재발하는 군." 하고는 아프냐고 물었다.
"아뇨 안 아파요."
"그래? 그럼 크기가 더 커지는지 아닌지 한 번 더 기다려 보자. 한 달 뒤에 다시 오렴."
이렇게 1시간 기다린 것이 무색하게 5분 만에 초음파만 한 번 더 확인하고 돌아왔던 것이다.
다시 4주 뒤에 병원에 갔다. 세 번째 방문이었다. 예약시간에 도착했지만 늘 그렇듯 1시간 반을 기다리고 나서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이 내 손목을 만져보았다.
"음. 여전히 있어. 어떡할래?"
이 질문은 수술을 하겠느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고민이 되었다. 내가 수술이 싫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다 무섭지만 가장 두려운 것이 내가 온전히 혼자 있기 때문이었다.
"수술하면 회복하는 데 얼마나 걸려요?"
"음, 한 열흘?"
"입원해야 하나요?"
"아아니이! 곧장 집에 가서 쉬면 돼."
"저 솔직히 말하면, 너무 무서워요...."
그리고 내 말에 의사 선생님이 말 그대로 빵 터졌다. 선생님은 내가 진짜로 무서워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막 웃다가 진정하시면서 내 어깨까지 두드렸다.
"나는 이 수술을 진짜 많이 해 봤어.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네가 무서운 건 이해해. 나도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무서워. 모두들 무서워할 거야."
그러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이 수술은 5분이나 10분 정도 걸리는 일이라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수술이라고 했다.
"오늘요?!"
"원한다면."
아니, 난 그런 걸 원하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이 내 얼굴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네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테니 다음에 수술 날짜를 잡아도 돼. 일단 우리 병원은 모든 수술을 금요일에만 하니까* 원한다면 다음 주 금요일에 수술을 할 수 있어. 어떻게 할래?"
이쯤 되면 안 하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수술을 해야 하는 이유도 있었다. 타이핑과 요가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타이핑을 쳐야 하는데 조금만 오래되어도 새끼손가락과 약지가 좀 저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또 요가를 하는 데에도 손목이 시큰거려 불편했다. 매는 안 맞는 놈이 최고라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알겠다고 대답하고 수술 날짜를 잡았다.
그날 데스크에서는 나에게 수술 동의서를 주었다. 종이에 쓰인 바로는, 수술 전 해야 할 일이 겨우, "먹고 있는 약 중에 지혈에 방해되는 약을 알려달라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동시에, 수술이 일으킬 수 있는 온갖 종류의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하였고, 그게 병원과 의사의 책임이 아니라 개별적인 사례로 나타날 수 있다는 데에 서명해야 했다. 마취에 대한 부작용도 너무 자세하게 설명되어있었다.
나는 정말로 혼자서 독일에서 외과 수술을 하게 된 것이다!
*
솔직히 말하지만, 나는 그 정신에 수술 동의서 등을 사진 찍을 생각도 못했다. 오히려, 이 수술이 도대체 뭔지, 내가 그 의사 선생님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열심히 인터넷을 돌아다녔고, 나는 꽤 여러 명의 선 경험자들을 찾았다. 한국에서 수술을 받은 경우들이었는데, 다들 최소 3일 정도 입원을 했고, MRI를 찍기도 하고, 시도 때도 없이 초음파와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게다가 통증이 무시무시해서, 무통 주사 (링거!)도 맞아야 했다는 대목에서는, 과연 내가 이 사람들과 같은 수술을 받는 게 맞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마저 들었다.
독일의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은, 자기가 이 수술을 골백 번도 해 본 사람이며, 10일이면 아무렇지 않게 손목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다. 입원은커녕, 솔직히 처음 내가 진단을 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엑스레이도 찍지 않았다. MRI는 더더욱 찍어 본 적이 없었고, 전신 마취가 아니라 완전 극소 부분마취만 한다고 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마취와 수술 과정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해 알고 있으며 의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서명해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
어쨌든, 이미 수술 날짜는 잡혀 있었다. 비록 그 혹의 크기가 작아졌다고 하더라도, 분명히 왼손의 약지와 소지를 쓸 때에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요가도 내 마음대로 하고 싶었다. 수술 수에 결절종의 재발 확률은 15% 정도라고 했다. 나는 그 15%에 들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게 수술 날이 다가왔다.
2. 독일 병원의 예약 시스템은, 내가 가서 얼마나 기다리더라도 꼭 정시에 도착해서 그곳에 있다고 말해야 한다. 괜히 늦어서 뒤로 밀리거나, 예약을 거절당하거나 하지 말자.
* 병원에는 다 계획이 있었다. 내 진료가 매번 늦어진 이유는 이렇게 사람들이 병목현상으로 몰리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