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진심인 유럽인들

Day 30-2, 유럽 전역

by 여행에 와 락


여러 해 동안 미국에서 살아본 결과 서양인들은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는 여행을 즐기는 것 같다. 그 여행도 아주 다양하다. 어느 은퇴한 부부는 코르벳이라는 스포츠 카를 가지고 있는데, 이 회사에서 일 년에 한 번씩 여행 워크숍을 한다고 한다. 주로 미국 내에서 하는데 올해는 행사가 있어 파리에서 열린다고 한다. 프랑스를 횡단하는 7주간의 일정이 끝나면 개인적으로 더 드라이브 여행을 할 거라고 한다. 미국에서 공수할 자신의 코르벳으로 유럽 각지를 누리고 다닐 거라고 한껏 들떠있다. 매해 여름 아프리카로 여행 가는 그룹에 속한 나의 시누이는 아프리카에 푹 빠져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가정들만 보아도 여행이 얼마나 일상적인가를 느끼게 된다. 겨울 방학인 2주간의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은 주로 가족들이 모이는 시간이므로 친척집에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 와중에 스키를 타러 레이크 타호에 가기도 한다. 2월에는 한주 간 동안 스키 브레이크를 한다. 주요 여행은 학생들 봄방학이나 여름방학이다. 봄방학인 4월에 매년 하와이로 일주일간 여행을 가는 가정도 있고 마지막 스키를 타러 레이크 타호로 가는 가족도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족들이라 그런지 여름방학에는 보통 2주일, 1주일씩 두 번 여행을 가는 경우도 아주 많다. 회사의 휴가가 많아 오랫동안 자주 가는 여행이 가능하다. 이건 미국뿐만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알기로는 유럽도 휴가가 길기로 알려져 있다. 안드레에게 물어보니 일 년에 두 달 정도는 쉴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여행을 자주 갈 수 있는 여건이 저절로 형성된다. 더 기막힌 것은 이 유럽인들은 한두 시간만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해도 유럽여행이다. 그러니 유럽 구석구석 아는 곳도 많고 다녀본 곳도 많다. 이들이 특별하게 생각하는 여행은 아시아 여행인 듯 우리가 유럽여행을 날 잡아가듯이 아시아 여행을 인생에 한 번쯤 꼭 해봐야 하는 여행으로 생각하고 동경하는 것 같다.


브뤼헤 강에서 만난 보트여행 중인 부부


브뤼헤를 여행했을 때 브뤼헤의 강에서 커다란 배, 요트보다는 작지만 여행용으로 침실과 주방, 거실등이 있는 길이가 약 15미터 정도 되는 보트를 타고 여행하는 커플을 만났다. 우연히 배 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남자가 있어 스티븐이 말을 걸어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 60대 부부는 은퇴한 부부인데 프랑스 릴르( Lille)에서 산다고 한다. 그곳의 강을 따라 여행 중이라고 한다. 강을 따라 여행을 하며 작은 마을이나 도시에 정박하고 며칠씩 지내다가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올드타운은 차가 없어도 도보로도 관광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행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밤에는 배로 돌아가 잠을 자는 것이다. 그들은 집을 떠난 지 두 달이 되었다고 했고 아직 더 돌아 보고서 집으로는 내달이나 돌아간다고 했다. 이 배는 바다로는 못 나가고 강만 다닐 수 있는 구조라고 한다. 여러 강줄기를 따라 여행을 하면 정말 멋질 것 같다. 독일에서도 라인 강, 마인강을 따라 며칠씩 운행하는 크루즈가 있다. 그런 식으로 이들도 자기 배로 크루즈를 하는 것이다.


볼렌담 ( Vilendam) 바다를 여행 중인 부부의 배



또 네덜란드의 한 항구인 , Volendam에서 보트를 가진 중년 부부를 만났었다. 요트는 아니지만 큰 물살도 너끈히 넘길 만큼 큰 세일 보트다. 길이가 족히 25미터는 될 것 같다. 이곳은 네덜란드 동쪽에 위치한 항구인데, 암스테르담에서 보면 북쪽에 위치한다. 이들도 은퇴 후 배로 여행 중이라고 한다. 그들은 네덜란드인인데 바다로 이곳저곳 다닌다고 한다. 바로 전에는 독일과 덴마크의 국경지역인 플렌즈버그에 있다가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한 달을 여정으로 이제 서해안으로 가서 벨기에와 프랑스 쪽으로 간다고 한다. 참 우리와는 다른 삶이다. 나는 커다란 RV를 사서 미국 각지를 다니며 여행하는 노부부들을 많이 보았다. 그런데 유럽에 오니 배로 몇 달씩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여행의 방법에는 한계가 없는가 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다니면 그만이다.


네덜라드 볼렌담의 그림 같은 바다 풍경.


이번에 만난 독일의 친구들, 프랑스의 세버린과 디디에, 브뤼헤의 미케, 덴마크의 올레와 도르테, 칼스튼, 안드레와 앤 마리 모두 여행을 많이 다닌다. 특히 유럽은 곳곳을 안 가 본 곳이 없는 것 같다. 포르토가 어떠냐고 물으면 모두 한 마디씩 했다. 프랑스 남부의 아주 작은 도시를 이야기해도 모두 알고 가 보았다고 했다. 틈만 나면 여행을 즐긴다. 그리고 대화 중에 여행 갔던 곳 이야기를 아주 많이 한다. 그때 그곳에 갔을 때 무슨 무슨 일이 있었고, 지난가을 갔던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고, 심지어 20대, 30대 때 다녔던 중동, 아시아, 호주 이야기까지 나온다. 피터와 일세는 호주를 좋아해서 매년 3개월씩 가 있는다. 조카가 살고 있어서 안 가면 기다린다고 한다. 한 해는 커다란 RV를 빌려서 일 년 동안 호주를 횡단했다고 한다. 그 무용담도 끝이 없다. 미케는 우리가 그녀의 집을 떠난 다음날 이태리의 여동생 집으로 딸들과 함께 떠났다. 2주 동안 이태리 레이크 코모 (Lake Como)에 있는 여동생과 집을 바꾸어서 (House Swap이라고 한다.) 살면서 여행을 하다 올 거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의 대화에서 대화의 소재가 여행에서 나올 때가 아주 많았다. 여행이 일상화된 사람들 같았다.


우리도 크고 작은 여행을 아주 많이 하는 편이다. 4월에는 3주간 동안 주로 유럽이나 미국 내 여행을, 여름에는 한 달간 알래스카로 간다. 주말에는 주로 나파 소노마 와인 컨트리나 몬터레이, 요세미티로 간다. 생일 주간과 결혼기념일 주말에도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간다. 유럽은 더 자주 가고 싶지만 비용도 그렇고 시간도 오래 내기 어려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실 유럽에 올 때마다 독일과 덴마크를 꼭 들르고 싶어 하는 스티븐 때문에 새로운 곳을 많이 가기가 어렵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더 가고 싶어진 곳도 생기고, 꼭 가봐야 할 곳도 생겼다. 올레는 포르토에 가면 리버 크루즈를 꼭 해보라고 권해 주었고, 세버린과 디디에는 우리가 보르도에 가면 꼭 도르돈느에 들르라고 초청해 주었으며, 미케는 자기 집 꼭대기 아파트에 묵으러 다시 오라는 말과 함께 이태리의 레이크 코모에도 꼭 가보라고 일러 주었다. 앤 마리는 프랑스 남부의 한 마을에 있는 숙소까지 알려주며 반드시 가봐야 한다고 알려 주었다.


여행은 마음을 여유롭게 해 준다. 여행을 떠날 때는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집을 나오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왠지 가벼워진다. 그러면서도 집에 돌아가면 집보다 좋은 곳은 없다며 안도감과 안정감을 느낀다. 마음도 참 요지경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여행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상을 보는 눈을 넓게, 사람에 대한 이해는 깊게, 문화와 역사, 예술의 견문은 높아지는 이점을 안겨준다. 스티븐이 처음 유럽여행을 다녀온 20대 초반에 외할아버지에게 여쭤 봤다고 한다. 마침 여행 채널에서 소개하는 외국여행 프로그램을 보고 계셨다.

"할아버지, 이런 프로그램을 보시면 직접 가서 보고 싶지 않으세요?"

"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다 볼 수 있는데, 뭣하러 고생하며 거기까지 가느냐?"

하셨다고 한다. 스티븐은 틀린 말이 아니라 말 문이 막혔다고 하는데, 나는 틀린 말이라 생각한다.

여행은 TV 프로그램과 다르다. 아름다운 노을을 직접 보는 것과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는 것과

확연히 다르듯이.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그 공기를 몸으로 느끼고, 만져보는 게 여행이다.

우리는 늘 여행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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