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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은 큰 칼이다

하루 명상: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by 이제은

오늘의 하루 명상은 소로의 <월든>과 함께 합니다. 오늘 글에서 소로는 머리의 힘, 즉 지성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즐겨 있던 소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지혜와 용기와 관용 속에서 일상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큰 의미를 추측하면서 단어 하나하나, 구절 하나하나의 의미를 애써 탐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저는 가끔씩 생각합니다. 만약 제게 초능력이 있다면 역사 속의 위대한 인물들의 머릿속을 밤새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말이죠. 그들의 머릿속에서 생각들이 어떠한 방식들로 생성이 되고 연결이 되어 비로소 아이디어들로 탄생이 되는지 그 과정이 무척이나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게 월든은 소로의 머릿속을 탐구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단어 하나하나, 구절 하나하나 속에서 지혜와 용기와 관용을 배울 수 있다면 이써 탐구해야 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오늘도 저와 함께 소로의 머릿속으로 떠나볼까요?




"지성은 큰 칼이다. 사물의 비밀을 알아차리고 그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나는 필요 이상으로 내 손을 바쁘게 놀리고 싶지 않다. 내 머리가 손과 발이다. 나는 나의 최고 능력이 모두 머리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느낀다. 어떤 동물이 주둥이와 앞발로 굴을 파듯, 나는 굴을 팔 때 내 머리를 사용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나는 이 머리로 굴을 파면서 주변 언덕들을 뚫고 나갈 것이다. 이 근처 어딘가에 노다지 광맥이 있을 것 같다. 탐지 막대와 가늘게 피어오르는 증기를 보고 나는 판단할 것이다. 자, 여기서 채굴을 시작해보자."



"시인 미르 카마르 웃딘 마스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만히 앉은 채 정신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이점을 나는 책 속에서 얻었다.


"제대로 된 독서, 즉 참된 책을 참된 정신으로 읽는 것은 고귀한 운동이며, 이 운동은 현대의 풍습이 높이 평가하는 어떤 운동보다도 힘든 노력을 요구한다... 책은 그것이 쓰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차분하게 시간을 들여 정성껏 읽어야 한다."



"구어와 문어, 귀로 듣는 언어와 눈으로 읽는 언어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구어는 대게 일시적인 것, 즉 소리나 발음이나 방언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그런 언어를 동물들처럼 어머니한테 무의식적으로 배운다. 문어는 구어가 성숙되고 경험을 쌓아서 이루어진 언어다. 구어가 어머니의 말이라면 문어는 아버지의 말이고, 귀로 듣기에는 너무나도 의미 깊은 표현, 그것을 말하려면 다시 태어나야 할 만큼 신중하고 선택된 표현이다."





사물의 비밀을 알아차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소로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외딴 월든의 자연 속에서 탐지 막대와 가늘게 피어오르는 증기를 보며 채굴에 집중하고 있는 소로. 그는 과연 무엇을 발견했을까요? 그는 처음에 지성을 칼에 비유하며 사물의 비밀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깨달음을 얻고자 하면 한층 더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칼과 채굴이라는 단어들을 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소로가 쓴 이 채굴이라는 단어가 매우 신선했습니다. 채굴은 '땅속에 묻힌 광물 등을 캐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에게 알려진 가장 단단한 광물은 다이아몬드입니다. 그렇다면 소로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우리가 지성을 이용해 어떤 것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파고 들어간다면 그 속에서 다이아몬드 같은 값진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가 아니었을까요?

저는 가끔씩 바쁘게 일을 하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지금 나는 필요 이상으로 몸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죠.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익숙한 일들을 할 때에는 더욱 생각을 생략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능동적으로 생각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빠르게 움직이는 몸을 잠시 멈춰 세우고 집중을 해야 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제대로 생각을 하고 나면 왠지 일이 더 잘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의 조언도 더 잘 듣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함께 생겨서 일까요? 그래서 저는 가끔씩 정신없이 바쁘게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나면 집에 와서 생각합니다. "아.. 내일은 아무리 바빠도 5분이라도 앉아서 생각을 정리하고 이어서 일을 해야지."라고 말이죠.

이어서 소로는 독서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시인의 말을 빌려 "가만히 앉은 채 정신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이점을 나는 책 속에서 얻었다." 말합니다. 또한 참된 책을 참된 정신으로 읽는 것은 고귀한 운동이라고 말하지요. 참되다 라는 단어는 '거짓나 꾸밈이 없고 진실하고 올바르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소로가 말한 참된 책과 참된 정신은 엇일까요? 과연 나는 참된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일단 참된 정신을 가져야 참된 책도 알아볼 수 있을 테고 정신세계 속에서 참된 산책도 할 수 있겠지요. 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올바른 순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사실을 기억하고 무엇이 먼저인지를 생각하며 행동해야 하겠지요.

생각해보면 말하기와 글쓰기 둘 다 훈련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로는 말합니다. "문어는 구어가 성숙되고 경험을 쌓아서 이루어진 언어다." 글들은 말들이 신중하게 선택되어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진 표현입니다. 여기서 소로는 신중과 선택, 그리고 성숙이라는 단어들로 글을 묘사합니다. 소로는 알고 있었나 봅니다. 말을 하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것이 더 어렵고 힘이 드는 이유를 말이죠.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과 말들을 곧바로 내뱉지 않고 여러 단계에 걸쳐 정화의 과정을 통해 단어들과 문장들로 적절히 그리고 알맞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또한 결단력도 필요로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쓰고 또 읽을 때에는 그만큼의 정성이 필요로 합니다. 다시 한번 소로의 말을 떠올리면 참된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것은 독자로서 글을 쓴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소로의 생각들을 탐구하며 제가 좋아하는 책들과 시들이 떠올랐습니다. 몇 번을 읽어도 매번 읽을 때마가 가슴에 전율이 느껴지고 때론 마음이 촉촉해지며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피어나게 해주는 신비로운 글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글들 속에 글쓴이들의 영원한 참된 정신들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새삼 깊은 존경심과 감사함을 가득 느며 잠들기 전에 좋아하는 책을 조금 읽어보고 싶네요. 오늘도 명상으로 평온한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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