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들숨과 날숨을 숫자를 세면서 호흡에 집중하자 얼마 안 돼서 마음이 어느 정도 다시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괜찮아졌다고 속삭이듯 말하자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내가 본의 아니게 당신의 아픈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서 자네를 아프게 했음에 먼저 미안하네.
그리고 용기 내주어 그 순간 자신 스스로의 기억과 감정을 마주해줘서 고맙네.
이제 내가 자네의 아픈 그 과거의 순간을 바꾸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네.”
나는 내가 눈을 감았다는 사실도 잊은 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자신이 그린 집 그림으로 돌아가 보자고. 그 그림 속에서 멀리 떨어지게 그린 자신의 모습은 어떠한가?”
“작은 어린아이가 어딘가 모르게 좀 왜소하고... 표정도 없고, 좀 안쓰러워 보입니다.”
“그래, 그렇군. 그 아이 주변에는 어떤 것이 있나?”
“글쎄요. 멀리 떨어진 집 말고는 딱히 아무것도 없네요.”
“흠. 그렇군. 그럼 지금 현재 자네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게나. 자신의 모습이 어떤가?”
“음. 지금의 저는 키도 크고 옷도 꽤 잘 차려입고 나름 괜찮아 보입니다. 어느 정도 건강하고 만족스러워 보이네요.”
“좋아 좋아. 그럼 방금 그려본 현재 자네의 모습을 아까 그린 자네의 집 그림 옆에 멀리 떨어져 서있는 그 왜소하고 작고 표정이 없어서 안쓰러워 보이는 어린아이 옆에 한번 똑같이 그려보게나. 자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나는 한참을 말없이 생각에 빠졌다. 말 그대로 내 생각에 빠져버렸다. 왜냐하면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똑같은 집 그림에 현재의 내 모습만 그려 넣었을 뿐인데...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지?
그림 속에 현재의 나는 어느새 그 어린아이에게 다가가 그 아이를 꼭 안아주고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힘껏 안아주며 말했다.
괜찮아. 그렇게 느껴도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한 온 힘을 다해서 잘 버텨낸 거야.
그리고 미안해. 이렇게 네가 아픈 줄 도 모르고 그동안 너를 외면해서 미안해. 이제는 더 이상 아프게 하지 않을게. 우리 같이 손 잡고 집으로 가자.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한 숨 푹 자고 일어나자."
그렇게 말하며 나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더 이상 구석의 작은 집이 아닌 그림 한가운데 크게 그려진 가족들이 기다리는 아늑하고 평온한 집으로 아이와 함께 걸어갔다. 그리고 가족 한 명 한 명을 꼭 껴안아 주면서 내 상처에 대한 용서를 받고, 또 내가 주었을지 모르는 상처들에 대한 사과를 하고 다 같이 웃는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 가장 활짝 웃는 사람들은 현재의 나와 어린 나였다.
감고 있던 눈을 뜨니 내 얼굴에는 아까보다 더 많은 뜨거운 눈물들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방금 내 머릿속 나의 집 그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아인슈타인과 싯다르타에게 이야기했다. 싯다르타는 나에게 말없이 티슈를 건네었고 아인슈타인은 나를 다정히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자네의 과거는 변했다네. 자네가 자네의 그 괴롭고 아픈 순간으로 되돌아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겸허히 있는 그래도 받아들였기 때문이지.
자네가 그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어린 시절 자네를 껴안아 주었을 때 바로 그 모든 기적들이 일어난 것이라네.
이제 자네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 속에는 언제나 자네를 쳐다보며 다 같이 활짝 웃고 있는 자네와 어린 시절의 자네, 그리고 자네의 가족들이 있을 것이야. 즉, 이제 당신의 이 가족과 집은 자네의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자네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존재하는 것이야.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면 앞으로 자네가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집이 자네 마음에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네.
내 말을 이해하겠는가? 자네는 과거에 다녀 옴으로써 비단 자네의 과거뿐만 아니라 자네의 현재와 미래에도 변화를 준 것일세.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자네가 자네의 미래에도 다녀온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이라네. 허허허!”
이 말을 듣고 나는 북받쳐 오르는 이 뜨거운 감정들을 억누르지 못하고 또 펑펑 소리 내며 어린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시간 그리고 그 안에 열심히 버텨온 순간들을 떠올리며 걷잡을 수 없이 내 몸 전체로 어떤 알 수 없는 거대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내 머릿속의 그림 하나로 나는 그동안 내가 인지하지도 못하고 외면해왔던 나의 과거 상처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러므로 나의 현재가 전보다 더 풍요롭고 따뜻해지는 신비를 체험했다. 그리고 나의 미래에 전보다 더 든든한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가 말했듯이 나에게는 이제 내가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나의 집과 가족들이 있으며 그 사실을 온전히 느끼며 강하게 확신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즐거운 웃음을 멈추고 이어서 말했다.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경험은 신비라네. 신비는 참된 예술과 과학의 요람의 중심에 있는 근본적인 감정이지. 하지만 이 사실은 모르는 사람은 더 이상 놀라지도, 경탄하지도 못하며, 시체와 다를 바 없고, 그의 눈은 흐려진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자네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자네는 방금 바로 그 신비를 체험한 것이야. 껄껄껄”
그의 말처럼 나는 그 신비로움이 내 몸을 찌릿 관통하며 지난 간 후 곧이어 생전 처음 느껴보는 깊은 평온함과 한없이 부드러운 자유로움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내 얼굴에 큰 미소가 번지자 아인슈타인과 싯다르타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함께 미소 지었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이제 자네는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지 않을 걸세.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능력을 얻었는데 세상 그 어떤 바보가 그런 능력을 버리겠나? 하하핫."
이어서 싯다르타도 말했다.
“그래요. 이제 자신의 마음속 샤이어 언덕 집 안, 또 마음속 대나무통을 열어서 그 안의 상처들 하나하나 모두 필요한 만큼 시간을 들여서 보살펴주세요. 그렇게 제대로 당신의 마음속 상처를 하나하나를 살펴준다면 당신은 진정한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자유 모두 얻게 되는 것이지요.
저와 아인슈타인 선생님은 수천 년 전부터 당신이 이 자유를 얻는 바로 이 순간을 이곳에서 당신을 위해 축하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순간 엄청난 감동이 내 마음을 휘감았다. 싯다르타는 다시 말했다.
“당신이 처음에 한 질문 중 한 가지에 대한 답을 제가 아인슈타인 선생님 대신드리겠습니다. 당신은 가치 있는 사람에 대해 물었지요. 과연 가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하면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우리들의 대화의 마무리 앞에서 드리는 저의 답은 이것입니다. 바로 당신이 그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이 대화를 통해 이미 가치 있는 사람이 된 것이지요. 그리고 이제는 당신을 통해 이 세상을 가치로움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당신의 의무가 되겠지요. 아인슈타인 선생님 말씀처럼 이것이 당신의 임무이자 ‘인류를 행복하고 품위 있는 삶으로 인도' 하는 일일 테니까요.”
그렇다. 예전에 나는 나 스스로가 무력하다고 또 나약하다고 느낀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분명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얻은 이 가치로움이라는 경이로운 변화가 나라는 한 사람에게 끝나지 않고 부디 이어져서, 단 한 명에게라도 전해질 수 있도록 오늘도 내일도 나는 계속 노력할 것이다.
어둠 속에서의 수년간의 불안한 수색, 강렬한 갈망, 자신감과 피로의 반복, 그리고 빛으로의 마지막 드러남 -그것을 경험 한 사람들 만이 이해할 수 있다. - 아인슈타인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3개월간 쉬면서 동생 J와 매일 많은 대화와 명상을 하면서 얻은 깨달음들과 힐링들을 함께 나누고자 쓴 짧은 창작 소설입니다. 저와 제 글들은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들이 너무나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 있는 사람' 이 되고 싶어 용기를 내어 올렸습니다. 저에게 영감을 준 동생 J, 아인슈타인 선생님, 그리고 싯다르타의 모델인 류시화 시인님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동생 J가 그려준 행복한 새싹이
영문으로 된 위 명언
“The most beautiful thing we can experience is the mysterious. It is the source of all true art and science. He to whom the emotion is a stranger, who can no longer pause to wonder and stand wrapped in awe, is as good as dead —his eyes are closed."
"The years of anxious searching in the dark, with their intense longing, their alternations of confidence and exhaustion, and final emergence into light—only those who have experienced it can understand that."
(출처: goodreads.com 와 네이버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