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일자 찢기’ 유튜브 검색창에 노골적이고 과격한 단어를 입력한다. 성별, 연령, 옷차림,,, 저마다 다른 분위기의 섬네일이 아래로 아래로 이어진다. 요가 헬스 발레 각 분야 전문가들이 ‘초보 가능’ ‘꿀팁’ ‘완전정복’이란 키워드를 앞세워 만든 영상들이 스마트폰 화면을 꽉 채운다. 다리 찢기 로망은 나뿐만의 것이 아니었다. 매일 30분 엎드린 자세로 개구리다리를 하고 ‘흐흡’ 코로 숨을 쉬었다 ‘후우’ 입으로 내뱉기를 반복한 지 1주 차다. 22시를 넘긴 밤, 괴로움에 꿈틀꿈틀 몸부림치는 기진맥진 개구리가 거실에 넙죽 엎드려 있다. 멋대로 들어올라 간 엉덩이 산을 겸손하게 낮추고 치골을 0.5cm씩 바닥과 가깝게 하려 애쓴다. 사이드 스트레칭에 필수적인 유연한 고관절을 위한 공손한 수련을 한다.
요가에 이어 필라테스를 2년 넘게 하면서도 곧고 우아한 몸에 대한 갈망은 여전했다. 유연한 몸을 가져야 한다! 처음이라 부끄럽고 떨리는 마음으로 발레 학원을 등록했다. 1년의 짧은 발레 수업이었지만 한때의 흥미라 말하면 서운할 만큼 진심이었다. 필라테스와 발레의 사이좋은 바통 터치, 주 3-4회 오운완(오늘운동완료)은 나를 숨 쉬게 하는 대기권이었다. 발레 수업의 종지부를 찍은 건 연속 동작에 돌입하고 나서다. ‘파드브레(pas de bourree)’ ‘랑베르세(renverse)’ 선생님의 시범은 단순한 스텝이고 메인 연기를 위한 연결 동작일 뿐인데 내가 선 반경만 2배의 중력이 작용하는 걸까. “톰베 파드-브-레”를 아주 천천히 수십 번 소리 내어 보아도 언행불일치, 두 발은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의식하지 말고 호흡과 함께 자연스럽게요.”라고 코칭해 주지만 ‘네? 숨을 쉴 수 있던 가요?’ 긴장하여 동작 내내 숨도 멈추고 있단 걸 깨닫는다.
발레가 좋아 계절별 구입한 또는 지인에게 선물로 얻어낸 레오타드, 발레스커트가 출근 전 옷장을 열 때마다 나와 눈이 마주친다. 다시 꺼내 입고 전면 거울 앞에 서서 이탈리안 훼떼(fouetté) 동작을 수십 번 반복할 용기는 2년이 지나도 생기지 않는다. 그럴수록 다리 일자 찢기에 대한 집착은 간절해진다. 이것 만큼은 혼자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이쯤은 해내야만 한다. 척추 천골 좌골 고관절 종아리 복사뼈,,, 평소엔 하체라는 말로 한데 묶인, 튀어나오고 들어간 뼈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다정하게 쓰다듬는다. ‘고관절과 내전근아, 유연해져라 제발 유연해져라.’ 42년간 굳어지고 짧아진 허벅지 안쪽 근육에 조바심을 버리고 충분한 시간을 들인다. 버텨내기 힘든 자극을 호흡과 함께 반복하며 어제보다 무릎이 곧게 펴지고 두 발끝 사이가 2도쯤 멀어짐을 느낀다. 하찮아서 미워한 근육을 달랠 열의가 커진다.
‘출근이면 곧 야근이니라.’ 연휴가 끝나자마자 다시 시작된 밤 9시 퇴근길, 의식하여 ‘정수리를 하늘로 쭉 뽑아’ 걷는다. 마스크 속 가려진 입꼬리를 양 옆으로 늘려 만든 웃음으로 긴장을 푼다. 틈틈이 메모장에 적어 다듬은 두 단락의 이번주 글이 있어 든든하다. 빡빡한 일정 멈칫할 새 없이 내뱉고 눌러쓴 탓에 나를 닮은 문장들이다. 천골의 묵직한 통증이 확연히 줄어들어, 거실 바닥 개구리자세가 편안해짐을 느끼는 혼자만의 시간도 오고 있다. 180도 다리 일자 찢기는 곧고 분명한 삶을 바라는 내 마음과도 맞닿아 있다. 30분의 개구리다리 자세와 스트레칭 후, 제멋대로 후들거리는 보잘것없는 나의 두 발을 내려본다. 조심스럽게 무릎을 세워 가슴 가까이 꼬옥 끌어안아 뻐근한 고통과 함께 위로한다. 나는 할 수 있다, 봄이 올 때쯤이면 간절히 원하는 유연함과 우아함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October 21,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