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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는 대로 이루게 하소서!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뜻하는 대로 이루게 하소서!


초라하지 않게. 다만, 비굴하지 않도록

가지고 있는 그릇에 칠부 정도만

바라는 바를 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넘치는 잉여는 낭비일 뿐입니다.

부족한 듯 알맞아야 과욕을 부리지 않게 됩니다.

태어날 때에 허락된 수명만큼은 누리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등창이 나도록 누워서 시간을 허비하다

맥없이 세상을 등지지 않고 두 발, 두 팔을 휘저으며 살다

어느 날인가 문득 소천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최고의 행복입니다.

소소한 듯 하지만 큰 소원임을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원함도 없이 산다는 건

지나치게 빈약한 삶의 포기자가 되리란 생각을 합니다.

부족함이 없을 만큼 충분한 돈과 명예를 쌓아놓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나갔을지라도 사랑했던 이들과

지금을 함께 사랑하고 있는 이들과의 정만큼은

화수분같이 끊이질 않게 지켜내고 싶습니다.

모자라지만 그래도 가진 것으로부터 여유를 만들어내

나에 못지않은 이들에게도 덜어주려 애쓰는

만용을 부려보는 호사를 누리고 싶습니다.

남아있을 시간에 양보할 수 없는 이만큼만은

뜻하는 대로 이루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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