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괜찮다는 함정
말에 바른 기름처럼 매끄럽고 고소하게
괜찮다는 소리를 입술에 버릇같이 적시고 산다.
모든 게 다 괜찮을 리가 없다는 고백을 하기 싫어서다.
나이를 세는 날들이 의미가 없어질수록
아픈 곳은 더 아파지기 일쑤다.
풍요가 과도한 세상이 도래했으니
굶기야 하겠냐는 괜찮다는 넉살이 밍밍하다.
그리하여 넉넉할 리가 없는 생활을
설핏이라도 드러내 놓기가 자존감 떨어진다.
그래도 정 붙여지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고
굴욕적이지 않을 만큼의 여유를 가지고 있어서
괜찮다고 술술 말솜씨를 풀어낸다.
괜찮을 것이란 함정이 최선의 도피처가 되었다.
안 괜찮아서 다행인 삶의 시간이
일상적으로 시작되었다는 말이 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