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피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탈피



감정에 점령당하면 삶이 불안해집니다. 좋은 감정은 아드레날린을 분출시켜 흥분의 시간을 살게 합니다. 평상적인 상태가 아닙니다. 나쁜 감정은 걱정을 불러옵니다. 최악과 최선 사이를 오가며 기복이 심합니다. 이 또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감정에 빠져들지 않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삶에 재미가 없어집니다. 지나치게 이성적인 사람 옆에 있으면 숨이 막히는 이유입니다. 사람은 감정적 존재입니다. 이성은 조절장치의 역할을 하면 됩니다. 적당한 긴장을 유발하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해주는 역할이 감정입니다. 불안하지만 삶의 맛을 선물로 안겨줍니다. 살맛을 내보고 싶습니다. 맛깔난 레시피를 만들어 얼큰한 생선찌개 같은 맛, 진한 꼬리곰탕 국물 같은 맛을 내며 살고 싶습니다. 쌉싸름한 봄나물 맛도 좋겠습니다. 맛난 감정과 쓴 감정이 서로 자리를 교차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지금의 감정에만 메몰 되어 일상의 법칙에 무지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마음의 크기를 품지 못하는 껍질을 벗고 싶습니다. 맛이 다른 감정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를 내도록 감정의 공간을 넓히고자 합니다. 오늘의 걱정이 내일까지 삼키게 방치하고 싶지 않아서 감정 탈피의 방향을 정해봅니다.

이전 12화토란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