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특보입니다
십일월의 어느 날, 예년에 견주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무주와 장수와 진안에 대설특보가
발효되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서해에서 발원한 눈구름이 강한 바람을 타고
노령산맥을 넘어갔나 봅니다.
강릉 인근에는 강풍주의보가 동시에 발령되었답니다.
서울엔 한파주의보가 내려져
옷차림을 두텁게 하라고 날씨를 예보합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발효되는 날씨가
여러 곳에서 다른 성질을 부립니다.
서랍 옷장에 개켜두었던 머플러를 꺼내 목에 두릅니다.
낄까 말까 망설여지는 가죽장갑은
외투 주머니에 찔러 넣습니다.
방한을 위한 준비물은 예기치 못할 상황을 위해서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옳습니다.
한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방한복 속에 가둡니다.
그대를 향해 치솟기만 하는 열병에 타들어가고 있는 나를
날씨 특보가 얼려버릴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무참히 휩쓸려 들어갈수록 먹먹한
그대의 유일함이 나에겐 특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