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싸움의 기술
오늘날의 싸움은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을 들고 격렬하게 부딪치는 싸움이 아니다. 총을 들이밀며 목숨을 사냥하는 싸움도 아니다. 상대방을 향해 쏟아내는 말의 싸움이 전투의 양상이다. 그렇다고 치열함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필승의 다짐이 없는 것도 아니다. 패배하면 더 아프다. 더 큰 상처가 난다. 말이 무기가 된 싸움의 결말은 돌이킬 수 없다. 말의 난타전이 더 무서운 싸움이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무섭게 펼쳐놓고 상대의 반응에 따라 수위를 조절하며 말투의 꼬리를 꼬투리 삼아 전선을 옮겨 다닌다. 잘못을 인정하면 진다. 물러섬은 만신창이가 되는 최악의 전략이 된다. 내가 하는 말의 논리와 상황이 옳고 상대는 무조건 틀려야 한다. 맞지 않는 말일지라도 억지를 부리는 것이 최고의 전술이다. 양보와 타협은 불리할 때나 도입할 수 있는 약자의 비겁함이다. 사과는 하지 말아야 할 최후의 선택이다. 하더라도 더 늦게, 모호하고 두리뭉실하게 해야 한다.
거짓말은 성능이 뛰어난 무기다. 진실처럼 포장을 잘할수록 폭발력이 강하다. 상대를 속이고 기만하는 말을 많이 유행시킬수록 승리에 가까워진다. 전선이 불리해지면 약해 보이는 제삼자를 자극해 전투에 소환시키는 전략은 주적을 소외시켜 싸움의 방향을 엉뚱하게 향하게 하는 적절한 기술이다. 나에게 유리하다면 세대와 세대를 갈라치기 하고, 남과 여의 성차이를 이간시켜야 한다. 지역과 지역을 충돌시켜야 한다. 사회적 약자와 강자를 완벽하게 분리시켜야 한다. 거짓말의 유용성이 가장 잘 발휘되는 전쟁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싸움의 기술자들이 측근에 많아야 이긴다. 말 고문의 달인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어야 승자가 된다. 오늘 한 말이 내일 할 말과 달라도 개의치 않는다. 지금 한 약속이 조금 후의 약속과 반대여도 상관없다. 했던 말도 불리해지면 안 했다고 뻔뻔하게 우겨야 한다. 안 했던 말도 반응이 좋으면 내가 먼저 했었다고 슬쩍 기세에 올라타야 한다. 들통이 나더라도 겸연쩍은 척 웃어넘기는 염치만 있으면 된다.
돌림병처럼 말과 말이 공중전, 수중전, 육박전을 하고 있다. 창피함은 그런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