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햇빛을 뚫고 내리는 소나기 같았습니다.

솔바람을 포위한 채 감아 오르는 용오름이었습니다.

있었는가 하면 보이지 않았고

찾았다 싶으면 자취를 숨겼습니다.

오고 떠남이 자유로운 속성을

본질로 가진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애써 붙잡을 수고로움을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소나기가 그치면 햇살이 더 맑아지는 것처럼

용오름이 쓸고 가면 허접했던 자국이 사라지고

정화되는 것처럼 내가 품고 있는 감정이

허술함에서 벗어나 투명해질 것입니다.

닿았다 싶을 때가 이미 허상이었으므로

손끝의 감지력이 무력해질 거라는 것을 예감하게 합니다.

없다 치면 다가와 있고 잡았다 안도할라치면

허전한 여백만 남겨져 있습니다.

시작부터 끝나지 않을 끝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묶여 꼼짝을 못 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대는 나에게 있음과 없음의

혼동을 키워주는 그런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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