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Coffee
두렵지 않은 척했습니다.
오고 있을 날에게는 팔을 벌리면 되었습니다.
헤쳐나가지 못할 앞은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살아낸 시간에게는
되풀이되지 말기를 부탁해야 했습니다.
후회 없는 과거가 없겠습니까.
무서운 꿈을 꾸는 이유도 지나간 시간에 대한
속절없는 되돌아봄에서 비롯된답니다.
오롯이 반응할 태세를 준비했지만
생각날 때마다 그때로 돌아가기는 싫습니다.
내 마음을 전부 주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돌아봐야 하는 고난이 두렵습니다.
아닌 척해봐야 회피입니다.
일 년, 이 년, 십 년을 손에 꼽아봤자
여전히 그 시간으로 다시 복귀한
나를 발견하고 맙니다.
무섭습니다, 그대가 남겨놓은 결계에서
단 한순간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을린 향기가 그윽하게 번져 나오는
이별 이후 커피가 진하디 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