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특보를 걸으며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호우특보를 걸으며


번개가 치는 날에는 조심스러워져야 합니다.

낮은 자세로 우산을 짧게 쓰고 걸어야 합니다.

짐승이 질러대는 으르렁, 절규같이 천둥소리를 타고

싸리비대처럼 빗줄기는 비명을 질러댑니다.

폭력적인 빗소리에 불안해진 심리가

웅크린 몸상태에 적응할 수 없을까 어색해집니다.

낮음을 부끄러워하며 살아온 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려움에 처할수록 괜찮다고 위선을 떨었습니다.

꼿꼿이 등을 펴고 고개를 치켜들고 있어야

무시받지 않는다고 믿으며 살았습니다.

약한 자들만이 자기 탓을 일삼는 것일 뿐,

남 탓을 할 줄 알아야 강해진다는 허울을 썼습니다.

천둥번개가 요란한 호우특보 아래서는

위장된 삶의 태도가 잘못되었음이 부끄러워집니다.

주의보가 경보로 수위를 올려가는 경계를 넘자마자

반성하지 않으려는 헛됨이 저절로 자세를 낮춥니다.

고개를 숙이고 허리도 구부리며 약한 듯

강하게 살아야 함을 올려 잡은 우산대가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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