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나무에 꽃이 질 때면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모과나무에 꽃이 질 때면


모과나무에 꽃이 질 때에는

기다림을 애태우며 잔발로 왔다가

대가를 치르듯 화려하게 꽃을 피운 4월이

큰 걸음으로 물러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떨어져 있는 모과꽃을 주워 모아

꽃무덤을 만들며 기꺼웠던 4월을 전송합니다.

밀린 사글세를 한꺼번에 내듯

나뭇가지에 깃들었다 가는 봄이 가엽습니다.

꽃이 필 때보다 지고 나서 잎사귀가 파릇해질 때가

모과나무는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오는 듯하더니 가고 있는 봄과

해마다 반복해도 미숙한 이별이 아쉽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모과나무에 꽃이 질 때면

봄을 보내주며 돌아오는 것을 잊어버린 사람과

공유해왔던 기억들을 나무 아래에 만든

꽃무덤에 파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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