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담대한 이별
글쎄요, 아픔이 덜한 이별은 할 줄 모르겠습니다.
가시가 박힌 듯 미묘한 통증이 아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 겁니다.
이별 전후가 오래 신은 신발같이 다시 신어도 편안해지진 않겠지요.
한 번이나 두 번이나 그 이상이라는 정도의 차이는 나겠지만
익숙해진 통증을 참을 수는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있었던 이별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겠지요.
이별마다 새집에 들어가는 것처럼 어색합니다.
때 묻은 시간을 닦아내고 새로운 세간을 들이듯 마음을 리모델링해야 합니다.
이불장 구석구석까지 뒤져 사람이 남겨놓은 자국을 끌어내야 합니다.
주방의 수납장을 칸칸마다 들추며 체취가 남아있을 그릇들을 버려야 합니다.
함께했던 옷가지, 세면도구 하나라도 남기면
절대로 아프지 않겠다는 담담한 이별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지우지 못하고 망설이던 전화번호를 삭제하면서
오늘에야 비로소 담대한 이별을 완성하고야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