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날째 비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다섯날째 비


고된 흔적이 역력합니다. 맨홀을 터져 나와 스며들 곳을 찾지 못한 빗물은 도로 위를 겉도는 비와 합쳐져 낮은 지대에 모입니다. 무너져 내린 옹벽이 위태롭게 다섯째 날의 빗줄기를 품고 있습니다. 뚫린 하늘에 고정된 걱정은 순식간에 토사처럼 무너져 희망을 덮쳐버렸습니다.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놓아줄 것처럼, 금세 피해를 없애줄 것처럼 무작위로 던져지는 희망고문은 공감능력이 없는 철면피처럼 퍼부어대는 수해를 상심으로 더 키웁니다. 가난한 사람은 집을 잃고 젖어버린 세간을 끌어내 사거리 물웅덩이를 향해 목숨을 버리듯 던지고 있어야 합니다. 한 순간에 절망하고 말았습니다. 한 끗의 바람을 희화하는 무지한 사람의 모진 말이 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보다 억울합니다. 곧 보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비가 멎고 정화된 사람들의 얼굴이 맑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빗소리에 귀가 얼얼합니다. 잘 살아라, 잘 지내라, 잘 참아라, 잘 견뎌라. 소란스럽게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하루, 이틀 그러다 다섯째 날의 비에 잊었다고 믿었던 그대가 폭우처럼 살아나고 말았습니다. 모든 뒤틀림이 그대와의 헤어짐을 받아들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그대를 다시 보내고 있을 수밖에 달리 해법이 없어 검은 우산을 들고 빗속으로 나섭니다. 장송가처럼 우울하게 나뭇가지를 두드리는 빗소리가 다섯날째 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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