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기 십육 분 전
준비해놨던 안타까운 언어들이 담담해지고 있었다.
잡아야겠다고 연습했던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따라놓은 채 입에 대지도 못한 술잔은 냉기를 잃고
저 혼자서 밍밍하게 취해있었다.
겉도는 입술은 말라서 침을 혀로 둘러도 각질이 일어났다.
손목 위를 째깍이며 이미 예정된 실연을 비웃듯
흔들리는 시계의 초침을 슬쩍슬쩍 보는 채 해야 했다.
의자를 뒤로 끌며 엉덩이를 반쯤 일으키고 있는 너에게
망막에 들어차는 물기를 보여주기 싫었을 것이다.
볼살을 물어 일부러 입속에 피를 머금고 있어야만 했다.
붙든다고 다시 함께 할 순간을 만들진 못하리라.
탁자의 모서리를 밀고 당기며 가려하는
너의 손등을 향해 눈 못이 박혔다.
너를 따라 일어서려는 허벅지의 근육이 저릿저릿한 신호로
만들어 내는 힘을 바닥으로 분산시켜야 했다.
할 말을 다 하고 헤어짐을 받아들이기로 약속한 아쉬움이
절망으로 바뀌고 있는 아홉 시 십육 분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