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숙취


울렁임이 속을 들끓입니다.

편두통처럼 몰려왔다 그침이 반복되는

어지럼증이 정신을 흩어놓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한 그날도 이랬던 것 같습니다.

혼이 빠져나간 듯 정신을 못 차렸었습니다.

보고 있으면서도 눈이 부셨습니다.

알에서 깨어 나와 비로소 성충이 된 나비처럼

더듬이의 감각만으로 당신의 진체를

실감 나게 감지해낼 수 있었습니다.

불콰해져 있는 속이 아립니다.

머리카락이 혼란스럽게 헝클어지고 있습니다.

오기를 부리며 무리한 술잔의 수만큼

숙취를 견뎌낼 각오는 하지 못하였습니다.

감당할 수 있든 없든 따지지 않고

다가온 사랑을 무작정 받아들여야

직성이 풀리는 나를 탓할밖에요.

지독한 숙취처럼 당신은 나를 옭아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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