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길목에서
한풀 꺾인 더위를 배웅하며 어두워지고 있는
밤의 길목을 지켜 선다.
초강력으로 힘을 키운 태풍이 가을의 초입을
점령군처럼 밀고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이
오늘 하루 동안 느슨해지고 있던 생활의 태도를 긴장시켰다.
고된 날을 살아 내다 보면 좋을 날이 오겠지.
밤하늘에 걸린 초승달이 보름달로 부풀어 가듯이
쪼들려 살아야 하는 삶의 길목에도
달무리 같은 위로가 찾아줄 거라 기대를 부풀린다.
문득 밀려오는 서늘함에 주눅 들어가고 있음을 느끼면서
외롭다고 징징대지 말자고 두 팔을 교차해
가슴을 안고서 다독여 준다.
어둠의 기운을 흡수한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잔잔하게 밤을 깊은 곳으로 인도한다.
밤만이 일으킬 수 있는 어둠의 기운으로부터
전달받은 위안을 나에게 선물하며 지그시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