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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May 02. 2024

산사나무 꽃이 질 때면

새글 에세이시

산사나무 꽃이 질 때면


산사나무 꽃이 질 때면

치밀어 올라오는 그리움에게 한 수 접어줍니다.

물러진 감정이 새롭지 않은 기억에서 수분을 증발시키듯 

생각이 기분에 과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말립니다.

초여름에게 자리를 내주며 봄이 지나가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진한 초록색을 입히고 있는 황룡강 물길을 따라 

느리게 걸으며 노을이 짙어지는 시간 속으로 들어갑니다.

숲에서 날아온 산사나무 꽃잎이 황혼빛에 물들어

강물 위를 파스텔톤으로 치장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바뀌어지는 골은 시간의 경계와 같습니다.

다른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마음의 가두리를 벗어나 

험하게 가로막고 있는 협곡을 건너야 합니다.

꽃잎이 지는 산사나무를 배웅하면서

솎아내지 못한 채 지니고 있었던 그리움 하나를 풀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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