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의 유토피아
살짝 잠이 옵니다.
지난밤엔 열대야 때문에 새벽 세 시경에
침대 모서리를 안간힘 다해 지키다 내려오고 말았지요.
오전 열한 시 이후에 비가 오겠다는 일기예보는 정확했습니다.
수선스럽게 바람이 불더니 가문비나무 가지 틈새에서
새들이 시끄럽게 목청을 개방한 채 소요를 일으키더군요.
비는 그렇게 공간을 점령하기 위해 예비동작을 하나 봅니다.
빗소리가 시원스럽습니다.
시끄럽던 세상의 소리들을 모조리 흡수해 버립니다.
거슬리던 신경을 풀어놓고 낮잠에 빠져들어 갑니다.
비 오는 날 누리는 가장 가뿐한 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