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신발을 타고 온다
돌아올 때는 어느덧 와 있기를 바랍니다.
기다림의 여운을 삭일 사이도 없이
잃어버렸던 시간을 보상받고 싶습니다.
가을밤 하늘을 바라보다 별빛에 옅어지는
쓰르라미 소리처럼 자취마저 남기지 않고
이별은 기억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어둠이 깊어지는 시간 속으로
떠나가는 신발 끌리는 소리만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작별은 그렇게 길게 꼬리를 남기는
익숙해지지 않는 의식이어야 하나 봅니다.
깊게 새겨져 가슴이 파여야
보고픔이 오래 지속될 것이기 때문일 터겠지요.
그때보다 쓰르라미들의 울림이 진저리 나게
풀잎들을 흔드는 저녁이 왔습니다.
세포마다 깃들어 있던 그날의 감정들이
밤안개처럼 일렁이고 있습니다.
이미 어스름과 같이 와 있지나 않은지
잔기침처럼 불어대는 바람을 두리번거리고 있어야겠지요.
당신을 놓친 이후로 신발은 벗어날 수 없는
그리움의 결계를 치는 든든한 무기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을 향한 아련함은
신발 끌리는 소리를 타고 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