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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Oct 25. 2024

가을의 도리

새글 에세이시

가을의 도리


병충해에 시달리다 쓰러져버린 벼들처럼

무게가 가벼워지고 있는 삶을 대하면서

아무런 가정이 필요 없어졌습니다.

의도치 않은 결과를 대면하는

태도를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괜찮지 않다고 토라질 수가 없겠습니다.

가늘게 맺힌 눈물은 회한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잘 지탱해 온 삶에게 고맙습니다.

항상 모자랐습니다.

부족이 살아낼 힘의 원천이었습니다.

채우려 하면 빈 공간이 더 커졌습니다.

거기까지, 그만큼이 한도라고

욕심을 제어하는 도리를 

늦어진 가을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회피하려 못하겠습니다.

가야 할 곳엔 가야 합니다.

제자리에 돌아오기 위해서라도.

쓰러져서도 추수를 기다리는 나락처럼

한 톨이라도 쓸모를 기다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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