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피닉스 <컴온 컴온> 어린이들의 마음이 알고픈 어른이들에게...,
가족이 된다는 것은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기쁨, 행복, 슬픔, 불행, 분노, 좌절..., 그 모든 순간들을 함께 하며 그 모든 순간에 느끼는 감정들을 품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가족이 아닐까 합니다. 삼촌 조니와 조카 제시가 가족이 되어가는 것처럼 말이죠.
미래를 상상할 때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중략)
가족들은 지금과 같을까요?
뭘 기억하고 뭘 잊게 될까요?
뭘 두려워하고 어떤 일에 화가 나죠?
외롭다고 느끼나요?
어떤 일에 행복하죠?
'컴온 컴온' 중~
전국을 돌며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삶과 미래에 대해 인터뷰하는 라디오 저널리스트 조니는 여동생 비브의 부탁으로 조카 제시를 돌보게 됩니다. 엄마의 죽음 이후 서로 등을 돌리고 살던 조니와 여동생 비브는 일 년 만에 서로 얼굴을 마주합니다. 인사 하는 것조차 엄마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던 조카 제시, 일 년 이라는 시간이지만 아홉 살짜리 제시에겐 무척이나 긴~~시간이었을 수도 있었기에 삼촌은 그저 낯설고 서먹한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아픈 남편을 돌보러 떠난 비브, 남겨진 조니와 제시는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수많은 아이들과 인터뷰를 했지만, 어린 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미혼의 조니에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신이 고아인척 하는 놀이에 적응해야 했으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페라를 크게 틀어놓는 일도 적응해야 할 일, 하지만 제 멋대로 행동하는 제시의 모습엔 화가 나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요.
만나자마자 나무들이 소통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정작 삼촌과의 소통은 쉽지 않았던 제시는 조니가 인터뷰할 때 쓰는 마이크와 녹음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거리에서 바닷가에서 들리는 소리를 녹음하는 제시, 어쩌면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들었던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왜 엄마랑 삼촌은 남매처럼 안 지내요?" 라는 제시의 질문에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던 조니, 여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었을지라도 부부의 일에 끼어든 오빠가 못마땅했던 비브, 치매를 앓는 엄마를 돌보며 늘 티격태격했던 조니와 비브에게도 그런 시간이 꼭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안 괜찮을 땐 허공에 발차기하고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도 괜찮은 거야. 그게 당연한 반응이야, 자연스러운 거라고. '컴온 컴온' 중
남편 폴의 증세가 심각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비브, 인터뷰 때문에 뉴욕으로 가야했던 조니는 어쩔 수 없이 제시와 함께 떠나게 됩니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세 사람, 제시가 들려주었던 나무들이 소통하는 이야기는 어쩌면 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말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니와 제시, 두 사람 위로 햇살이 비치는 장면은 흑백 영화라서 오히려 더 따스해 보였던 장면인데요. 조니와 제시 그리고 비브가 살아갈 날들이 이렇게 따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인터뷰로 시작해서 인터뷰로 끝나는 영화, 영상도 음악도 정말 좋았던 영화, 특히 우디 노먼(제시 역)의 연기가 너무나 훌륭했던 영화입니다.
굳이 덧붙이는 글 : 영화 속 아이들의 인터뷰 중 마음에 담아 두고 싶은 말들을 공유합니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어른들은 좁은 공간에서 생각하는 것 같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나니, 어른들이 얼마나 틀 안에 갇힌 사고를 하는지, 자신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살아가기를 강요한 것은 아닌지 뜨끔해집니다.
-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려는 사람들은 미움을 많이 받는 거 같아요. 그래서 감정을 표현하기보단 나쁜 방식으로 누르는 거 같아요. 감정 표현이 쉬워진 세상이지만 쉽게 말하긴 어려워졌어요.
- 예상했던 일들은 안 일어날 거예요. 생각 못한 일들이 일어나겠죠. 그러니까 그냥 하면 돼요. 해요, 해요, 해요.......,
- 초능력이 있다면 뭐였으면 좋겠어요? 글쎄요, 초능력을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저로 있을래요. 저다운 게 제 초능력이에요.
-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건 원하는 게 뭔지 아는 거예요. 자신을 찾는 걸 편히 느낄 방법을 찾아야 해요. 찾기 위해 찾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