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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온 Jun 21. 2023

여름에게

우울증 환자가 이별하는 법.

나에게 너는 여름이라서. 여름 그 자체라서 여름만 되면 꼭 다시 그때로 돌아가는 기분이야. 뜨거운 햇빛, 오랜만에 만났던 광화문 거리, 그날 이후로 시작된 너와의 통화, 너에게 나는 커피 향, 함께 느꼈던 더운 날씨 그리고 선선하지만 햇빛은 여전히 뜨거웠던 9월 강릉바다도 전부 나에게 남아있어. 마치,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말이야.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던 너라서. 누구에게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과 사랑이 너무나 특별해서. 다시는 그런 사랑이 내 인생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굳은 믿음까지 생겼었어. 그 해 여름은 나에게 영원히 잊히질 않을 사랑을 했던 여름이었어.


그래서 여름만 되면 그렇게 너의 이름이, 나를 바라봤던 얼굴이, 해주었던 말들이 떠올라. 나를 떠나기로 선택한 너였지만, 널 사랑했던 그 여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페이지로 남아있어. 우린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롯이 오기도 전에 서로의 곁을 떠나기로 했었지.


널 많이 원망했어. 사랑한 만큼이나 많이. 근데 이제야 어렴풋이 너의 마음을 알 것 같아. 너도 많이 아팠겠지. 누구보다 힘든 결정이었겠지. 내가 널 사랑한 만큼 너도 날 사랑했을 테니까.


올해는 비가 많이 올 것 같다는 이 여름의 시작에서 나는 또 너랑 이별을 해. 그때에 널 사랑했던 나에게서, 그리고 누구보다 나를 사랑했던 너에게서.

아마 난 여름만 되면 널 기억할 거야. 가장 아팠던 시절이었지만, 그 곁을 너만의 방식으로 지켜냈던 너를,

그런 너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사랑했던 나를 말이야.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던 그 시작에 네가 있어. 그 응원의 진심을 알기에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책을 완성했어. 너의 응원 덕분이야. 너에게 짐만 되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미안하다는 말만 남겼던 나에게 너는 그저 웃으면서 말했어. '책 나오게 되면 내 얘기 꼭 넣어줘'라고. 비록 늦었지만, 그때처럼 네가 내  곁에는 없지만 그 약속 지키고 싶었어.


넌 누구보다 나에게 많은 노력을 해주었던 사람이고, 나를 가장 빛나게 했던 사람이었어. 비록 우리에게는 끝이 존재했지만 나는 이제 그 순간을 따뜻하게 기억하려고. 너에게까지 이런 일을 바라는 것은 아니야. 그저 너와 했던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어.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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