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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자매>바람피우면
재산분할 못 받니?

법률로 영화보기

by 고봉주

영화 <세자매>는 배우들, 줄거리를 보자마자 정말 내 취향에 딱 맞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나는 현실적이면서 생활밀착형 영화를 선호한다. 그래서 개봉 후 비교적 빨리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영화는 너무나 현실적이었지만 동시에 너무나 우울했다. 현실을 그리는 게 꼭 그렇게 우울해야 할까.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 갑갑한 캐릭터는 비현실적이기까지 했다. 특히 장윤주가 연기한 셋째는 고함을 치지 않으면 대화가 불가능하니 라고 묻고 싶기도.


* 이하 스포 있음




이 영화는 꽃집을 하는 첫째 희숙(김선영)과 교회 성가대 지휘자인 둘째 미연(문소리) 그리고 작가인 셋째 미옥(장윤주) 세 자매의 이야기다.


세 명중 가장 잘났고 비교적 정상적으로 사는 둘째 미연의 집을 법률적으로 살펴보자.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는 이혼당하면 재산분할청구를 못할까.


미연의 남편 동욱(조한철)은 대학교 교수인데 같은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이면서 성가대원인 효정(임혜영)과 바람을 피운다. 미연은 효정이 선물 받은 반지를 보면서 의혹을 품다가 교회에서 둘의 밀회 장면을 몰래 엿본 후 그 의혹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후 미연은 엽기적인 방법으로 효정으로부터 반지를 빼앗아 동욱한테 건네주는데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인상 깊었다. 미연은 동욱이 바람을 펴서 상간녀한테 반지를 사줬는데도 동욱한테 화도 내지 않고 동욱이 출근할 때 동욱 눈에 보이는 자리에 반지를 올려놓기만 한다. 니 죄를 니가 알렸다 이런 마음으로.


동욱은 미연한테 차라리 화를 내고 욕을 하라면서 소리를 지르지만, 미연은 그저 태연하게 '너는 하나님한테 구원받아야지 절대 안 바뀐다'는 취지로 말을 하고,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 헉했는데 역시나 동욱은 그 대답을 듣자마자 미연의 뺨을 때리더니 '미친년' 욕을 하고 나가버린다.


집을 나가 한동안 대학교에 머물겠다는 동욱을 찾아간 미연은 교내 벤치에 앉아서 이혼을 먼저 꺼낸다. 그러자 동욱이 놀라서 미연한테 이혼하고 싶다고 하면 이혼해 줄 거냐고 묻자, 미연은 이혼해 주겠다고 말하면서, 대신 조건을 말하는데.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자신과 아이 두 명이 살아야 하니까 동욱이 채무를 해결하고, 동욱을 교수로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 5,000만 원도 해결하고, 동욱의 형 수술비로 빌려준 돈 3,000만 원도 해결해라’


미연의 말이 맞을까? 바람피우면 재산이고 뭐고 없을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유책배우자도 재산분할은 당연히 받는다. 재산분할과 혼인 파탄의 유책성은 별개라고 보는 것이 판례의 원칙적인 태도다.


즉, 판례는 ‘재산분할은 혼인 중 상호협력에 의하여 이룩한 공동재산의 청산과 이혼 후에 경제적으로 곤궁을 겪게 되는 당사자에 대한 부양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혼인관계의 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유책배우자는 상대방한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는 것과 차이가 있다. 위자료는 말 그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이라서 감히 잘못을 저지른 자가 상대방한테 위자료 운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재산분할을 할 수 있는 대상부터 살펴봐야 한다. 아예 재산분할의 대상이 안 되는 재산이 있는데, 그런 재산을 특유재산이라고 하고 특유재산으로 인정되면 그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상대방은 거기서는 재산을 분할해 달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부부가 이혼할 때 가능하면 특유재산으로 인정받으려고 노력한다.


재산분할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부부가 결혼생활을 하면서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 즉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 해당된다. 여기서 협력은 직업을 갖고 경제활동을 하는 것 외에 가사전담을 통한 내조 등도 모두 포함된다.


영화에서 미연이 동욱한테 요구한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둘 중 한 명이 결혼 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재산이 아니라면 혼인 중에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다. 가족이 거주하는 집은 대표적인 부부공동재산이다. 그래서 동욱이 바람을 폈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미연한테 아파트를 넘겨줄 필요는 없고 각자 기여도에 따라 분할해야 한다.


둘 다 경제생활을 해서 아파트를 사는데 공동으로 기여했다고 인정받으면 50대 50으로 재산분할 비율이 나오고, 어느 한쪽만 돈을 벌었다면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한 자가 기여도를 조금 더 인정받는 것이 실무다. 미연의 말대로 미연이 아이들과 살 집이 필요해서 아파트를 가지면 동욱은 아파트를 주는 대신 현금으로 재산을 분할받는 식으로 재산분할 방법이 정해지게 된다.


동욱을 교수로 만들기 위해서 들어간 돈 5,000만 원은 어떨까.


판례 입장은, 혼인 중 부부 일방이 다르 일방의 도움으로 변호사, 의사, 회계사, 교수 등 장래 고액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나 자격을 취득한 경우에는 이 능력이나 자격으로 인한 장래 예상 수입 등이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데 참작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혼인 중에 일방이 자격증 등을 취득하면 다른 일방의 내조가 기여했다는 것을 인정하되, 기여한 것을 금액으로 산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재산분할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데 참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연의 주장처럼 동욱이 교수가 되는데 5,000만 원이 들어갔다고 해서 동욱이 꼭 현금으로 그 돈을 갚아야 할 필요는 없고 재산분할 액수를 정할 때 동욱이 교수가 되기까지 미연의 내조를 인정해서 금액적으로 더 유리하게 분할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시아주버니의 수술 비용 3,000만 원을 동욱이 갚아야 할까.



미연은 시아주버니의 수술 비용으로 3,000만 원을 동욱 몰래 지출했는데, 이 금액은 미연이 시아주버니한테 무상으로 준 돈이 아니라면 빌려준 돈으로 보는 게 맞다. 현실에서 시아주버니와 제수씨 사이에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구두계약도 계약의 효력은 동일하므로 3,000만 원의 채무자는 시아주버니고 미연은 채권자다. 이혼한다고 갑자기 채무자가 시아주버니에서 남편으로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동욱은 이혼할 때 형 대신 3,000만 원을 갚을 이유가 전혀 없고 미연도 이혼 여부와 무관하게 계속 시아주버니에 대해 3,000만 원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변제기에 시아주버니한테 돈을 달라고 해서 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미연이 시아주버니한테 동욱의 형이기 때문에 수술 비용을 빌려줬을 테고, 동욱도 이혼하는 마당에 부인한테 형의 채무를 대신 갚아주고 나중에 형한테 구상청구를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정서에는 맞다. 물론 동욱이 미연이 미워서 배 째라 해도 미연이 그 돈을 동욱한테 법적으로 청구하는 것은 어렵다.



<세자매> & 유책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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