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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이브스 아웃>
상속분쟁, 유언과 유류분

법률로 영화보기

by 고봉주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궁금증이 생기는 영화다. 공개된 줄거리가 극히 제한적이라서 이 영화의 코멘트는 길게 하지 않기로.

만약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면 저게 효력이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갈수록 법적 분쟁이 많아지고 있는 '상속'을 한 번 살펴보자. 유언과 유류분은 무엇이고, 유류분은 왜 인정되는지, 과연 유류분이 필요한지.

(아래의 내용은 우리나라 법을 기준으로 함)


* 이하 스포 있음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 할란이 85세 생일에 숨진 채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경찰과 사립탐정 브루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이 할란의 85세 생일 파티에 참석했던 할란의 대저택에 모인 할란의 자녀들을 포함한 친족들을 한 명 씩 불러서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조사 대상에는 할란의 친족은 아니지만 할란의 개인 간병인 마르타(아나 디 아르마스)도 포함되었다. 마르타도 당연히 할란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고 사건 당일에 할란의 대저택에 있었기 때문이다.


화면 캡처 2021-04-03 224709.png


먼저 할란이 자살을 한 건지 아니면 살해를 당한 것인지부터 문제가 되었다. 살해를 당한 흔적이 없지만 자살을 할 이유도 없었던 할란. 자살이라면 사립 탐정까지 조사를 할 필요는 없는데 누군가 사건 발생 후 사립 탐정한테 이 사건을 조사해 달라고 익명으로 고용을 한 것이다.


할란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 친족들은 할란이 죽으면 어떤 이익을 받을까.


결국 할란의 친족들이 상속인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되는데, 민법에서는 상속의 순위를 법으로 정하고 있다.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이 순서로 상속인이 된다. 만약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살아 있다면 배우자는 직계비속(자녀), 직계존속(부모)과 공동상속인이 되고, 직계비속과 직계존속이 없다면 단독으로 1순위 상속인이 된다. 주의할 것은 배우자가 자녀, 부모와 공동상속인으로서 상속 순위는 같지만, 상속분은 자녀, 부모보다 5할을 더 받는다. 즉, 배우자는 항상 상속을 가장 많이 받는다.


영화에서 할란의 자녀들, 즉 딸(+사위, 손녀), 며느리(+손녀), 아들(+며느리, 손자)이 생일 파티에 참석하여 사건 발생 당시 저택에 있었다. 따라서 이들은 모두 이 사건의 용의자가 되었고 한 명씩 조사를 받는다.



먼저 할란의 딸(+사위, 손녀)과 아들(+며느리, 손자)은 할란의 직계비속으로서 동순위의 상속인이고 상속분은 균분하게 받는다.



그렇다면 며느리는 할란의 아들인 남편이 먼저 죽었는데 상속인이 될까. 며느리는 자신의 아들과 공동상속인으로서 죽은 남편이 받을 상속분을 대신하여 받는데, 이것이 대습상속이다.


대습상속이란 상속이 개시되기 전에(즉,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하면, 그 사망자가 받을 상속분을 그 사망자의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받는 것을 말한다.


표현이 다소 복잡하지만, 영화에서 할란의 며느리와 손자가 할란보다 먼저 죽은 아들의 상속분을 대신해서 받는 것이 바로 대습상속이다. 이게 왜 인정되는지는 영화를 보면 이해가 쉽다. 며느리와 손자 입장에서는 남편이나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죽기 전에 병이나 사고로 먼저 죽었다고 해서 재혼하지 않은 며느리와 손자는 전혀 상속을 못 받는다고 하면 부당하기 때문에 대습상속을 인정한다.


따라서 할란의 생일파티에 참석한 친족들은 모두 할란의 상속인이 되는데,
드디어 할란의 유언장이 공개되었다.


화면 캡처 2021-04-03 224818.png


상속인들의 예상과 달리, 할란은 자신의 전 재산을 간병인 마르타한테 주는 것으로 유언장의 내용을 변경한 것이 밝혀진다. 그렇다면 할란의 전 재산은 법정 상속인도 아닌, 생판 남에 불과한 마르타가 모두 가지고 상속인은 아무것도 받지 못할까.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우리 민법은 유류분을 인정한다. 만약 법대로 상속이 되었다면 상속인이 받았을 상속분 중 일정 부분은 피상속인의 유언(반대 의사)에도 불구하고 일부 상속인한테 강제로 준다는 것이 유류분의 취지이고 내용이다.


그래서 유류분 분쟁이 발생했다는 것은, 피상속인이 자신의 재산을 어느 한쪽에만 상속했다는 의미고, 생전에 피상속인과 상속인들의 관계가 좋지 못하였거나 상속인들 사이에도 분쟁이 있었던 경우가 많다.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달리 말하면, 피상속인의 유언 의사를 제약하는 것이다. 내가 내 재산 전부를 나한테 잘 한 자식이나 사람한테 주겠다는데, 법이 그것을 막고 재산 중 일부는 무조건 나를 학대하거나 내가 미워하는 자식들이나 형제자매한테도 가게 하는 것이기 유류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류분을 인정할지 여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고 각 국가마다 상황이 다른데, 우리나라는 유류분을 인정하고 있지만 유류분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가 많고 우리나라에서도 헌법상 인정된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이 많다.


유류분권자는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 형제자매한테 인정된다. 그리고 유류분은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그 법정상속분의 1/2,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그 법정상속분의 1/3이 인정된다.


따라서 할란이 전 재산을 마르타한테 주고 싶어도, 할란의 자녀들과 며느리는 우리나라 법에 의한다면 자신이 받을 법정 상속분의 절반은 유류분으로서 보장받을 수 있다.


<나이브스 아웃> & 상속분쟁, 유언과 유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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