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ita
신생아때는 시력이 아직 다 발달되지 않아서 세상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 가까운 곳부터, 흑백의 대비부터 보기 시작해서 점점 먼 곳, 갖가지 색까지 볼 수 있게 된대. 그래서 그런지 신기한 듯이 주변을 둘러보며 탐색하던 너희 눈을 들여다보면,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경이로운 느낌이 들었어.
그 눈빛 속에는 이 세상을 다 품고도 남을 만큼 넓고 깊은 우주가 들어있는 듯했어. 아마 신생아의 눈에는 문이 아직 열려 있어서, 자신이 지내던 곳의 풍경이 그대로 읽히는 것일지도 몰라. 배고프면 ‘앵~’ 하고 울다가도 어느 정도 배가 차면 또 눈을 말똥말똥 뜨고 세상 구경을 시작한다. 그럴 때 엄마는 정말 궁금했어. 너는 어떤 세상을 보고 있을까?
신비로운 네 존재는 아직 말도 못하고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지만, 아마도 너에게는 그런 건 필요하지 않아 보였어. 엄마, 아빠가 누구인지, 세상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조차도 너에겐 필요 없어 보였지. 그냥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으로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는 것만으로, 네 세상은 이미 충분했지.
너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보니따
어떤 마법의 언어가 너를 표현할 수 있을까.
너를 위해 광대가 되어야 할까, 보니따
말만 해, 난 뭐든 될게.
사랑해, 정말이야. 사랑해, 사랑해, 보니따 ≪Bonita≫가사 중
너무 약하지만, 또 너무 완전한 이 존재는,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저 머나먼 성운의 어딘가에서, 나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 날아온 별빛처럼, 너도 아주 머나먼 미지의 어딘가에서 온 건 아닐까? 혹시 엄마의 자궁이 시간 이동 터널이 되어, 널 이곳으로 데려온 건 아닐까? 존재만으로도 경이로운 생명을 바라보다 보면, 문득 노래 ≪Bonita≫가 생각나서 흥얼거리곤 했지.
엄마 뱃속에 있을 땐, 첫째는 ‘일복이’, 둘째는 ‘복희’, 셋째는 ‘더복이’라는 태명으로 불렀어. 혹은 너희를 품고 입덧을 할 때 엄마가 좋아했던 과일로 너희를 부르기도 했어. 첫째는 자두, 둘째는 자몽, 셋째는 방울이었지. 너희가 태어나서 잠시 동안은, 너희들은 ‘송은모 아기’라고 불리기도 했단다.
그러다가 너희와 엄마를 이어주던 탯줄이 떨어지고 너희에게 배꼽이 생길 때쯤, 세상에서 너희를 부를 진짜 이름을 지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엄마아빠는 좋은 뜻을 담고 있으면서, 또 너무 뻔하지도 않고, 개성 있게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지. 그래서 엄마, 아빠의 수첩에는 밤새 수많은 글자와 이름들이 빼곡히 차올랐단다.
어떤 이름이 너에 대한 우리의 사랑과 염원을 담을 수 있을까? 어떤 이름이 네 예쁜 존재를 담는 그릇이 될 수 있을까? 그때는 너라는 광활한 가능성의 세계를 세 글자 이름 안에 담는다는 게 좀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어.
며칠 밤낮을 고민한 끝에 이름을 지을 수 있었어. 한글 발음의 울림, 한자의 뜻까지 모두 따져보고, 너희가 마음에 품고 살았으면 하는 이야기까지 꾹꾹 눌러 담았단다.
첫째 이름엔 “흘러 흘러 온 만물을 적시고 살려내는 겸손한 물과 같이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는 뜻을, 둘째 이름엔 “깊은 숲을 환하게 비춰주는 햇살처럼 현명한 사람이 되라”는 뜻을, 그리고 셋째 이름엔 “자신에게 모여드는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강처럼 자애로운 사람이 되라”는 뜻을 담았어.
너희가 받은 사랑을 더욱 크게 길러내서, 다시 세상에 널리 퍼뜨릴 수 있는 귀한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 아빠가 선물해 준 이름이야. 이 이름이 너희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선물 받고 불리게 되는 이름이지만, 너희는 이 이름 말고도 관계가 주는 이름이나 사회가 만들어 준 직함 같은 수많은 명칭으로 불리게 될 거야.
하지만 엄마는 너희가 항상 너희의 시작을 기억했으면 좋겠어. 세상을 막 탐험하기 시작하던 너희의 똘망똘망한 눈빛, 그 안에서 넘실대던 영혼의 아름다움은 어떤 이름으로도 다 담을 수 없다는 것을.
≪Bonita≫는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이 1963년에 작곡한 곡으로, 영어 가사는 진 리스(Gene Lees)와 레이 길버트(Ray Gilbert)가 함께 썼어. 이 노래는 1965년, 조빔이 넬슨 리들 (Nelson Riddle)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해 The Wonderful World of Antonio Carlos Jobim 에 수록했지. 아름다운 존재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경탄을 담고 있는 조빔의 낮게 깔린 목소리의 잔잔한 울림을 오케스트라가 포근히 감싸며 감동이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