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nice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은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어. 출산을 하고 나니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이런 고통을 통해 태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지.
‘모든 엄마들이 아기를 만나기 위해 이런 고통을 겪어왔다고?’
지금까지 밝고 찬란하게만 보이던 이 세상이, 사실은 큰 고통과 희생 위에 세워져 있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된 거야.
사실 크게 다치거나 아팠던 경험이 없었던 엄마로서는, 이런 고통에 익숙하지 않았어. 작은 불편함이나 통증도 손쉽게 없애주는 현대 문명과 의학 발전의 혜택을 받아왔기 때문일 거야. 그래서 출산 과정에서 직면해야 했던 통증이 더 충격이었을지도 몰라. 나도 하나의 미미한 생명체일 뿐이라는 깨달음, 그리고 고통이 없이는 탄생도 없다는 당연하고 거대한 진리를, 몸으로 처음 깨닫게 된 거야.
분명히 출산은 경건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들었는데... 출산과정에서 만난 낯선 통증과 두려움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갈 때, 엄마는 그저 고통에 울부짖는 한 마리의 동물에 불과하다는 묘한 감정이 들었지. 그 감정은 설명하기 복잡하지만, 결코 ‘멋진’ 감정은 아니었어.
나를 꼬옥 안아줄 사람
그건 정말 멋질텐데
나를 제대로 사랑해 줄 사람
그건 정말 멋질 텐데
나의 작은 소망들을 이해해줄 사람
나와 한팀이 되기 위해 내 손을 잡아줄 사람
아, 그래, 그건 정말 멋질 거야
그게 너와 나라면, 나는 알 수 있어
정말 멋질 거라는 걸 ≪So Nice≫ 가사 중
하지만 고통이 엄마를 다 훑고 지나간 후, 갓 태어난 아기를 보는 순간, 안는 순간, 그 괴로웠던 과정이 당연하고, 충분히 괜찮은 것처럼 여겨지더라. 아기가 젖을 먹고, 내 품에서 새근새근 잠들면,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사랑과 충만감이 마음에 가득 차올랐어.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지. 누군가가 나에게 기대어 편히 쉬고 잠든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나?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믿고 의지한다는 것이 이렇게 고맙고도 벅찬 일이었나?
엄마가 되어 아스트루드 질베르투(Astrud Gilberto)의 ≪So nice≫를 다시 들으니, 꼭 엄마 마음같더라.
초보 엄마의 어색함도 점점 사라지고,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환상의 콤비가 되어갔지. 텅 빈 것 같던 마음도 차곡차곡 차올랐어. 그럴 때면 엄마가 되는 건 정말 멋진 것, ‘SO NICE!’ 하다고 진심으로 느끼게 되었단다.
너희를 만나고 사랑하기 위해서 마주쳐야 했던 고통과 괴로움이 아무리 어두운 바닥을 마주보게 했더라도, 결국은 엄마가 되는 건 정말 멋진 경험이 되었어. 너희를 만나고 나서, 고통과 희망이 버무려진 게 바로 삶이라는 것을 이제야 조금은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 그게 어른이 되는 거라면, 아마도 엄마는 이제 시작인 것 같아.
≪So Nice≫는 마르코스와 파울로 세르지우 발레(Marcos&Paulo Sérgio Valle) 형제가 1964년에 발표한 곡 ≪Samba de Verão≫(여름의 삼바)을, 작사가 노먼 김벨(Norman Gimbel)이 영어로 번역한 노래야. 엄마는 아스트루도 질베르투(Astrud Gilberto)와 왈터 반델레이 트리오(Walter Wanderley Trio)가 1966년에 녹음한 곡을 듣고 있어. 무심한 듯 속삭이는 청명한 보컬과 어우러지는 전자 오르간의 소리는 투명한 구슬처럼 맑은 여름의 감성을 전해준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