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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음에서 시작하는 보사노바 여행

One note samba

by 송영채

출발만 있는 여행은 없단다. 설렘 가득한 출발, 약간의 두려움, 그리고 낯선 풍경과의 만남으로 여행은 이어진다. 그러다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자신과 마주하게 되기도 해. 언제나 내 안에 있었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스스로의 모습까지 말이야. 이 모든 여정이 끝난 후에는 집에 돌아와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눕히면서 문득 깨닫게 되는 거야.


“나는 돌아왔지만, 어딘가 조금 달라졌구나.”


똑같은 방과 침대, 같은 일상이지만, 내면의 미묘한 변화 때문인지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지. 그 순간 비로소 여행은 끝나는 거야.

사실 이런 여행의 깨달음은 멀리 다녀와야만 가능한 건 아니야. 일상 속의 사소한 변화나 아주 작은 생각의 전환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낯선 감각으로 스스로를 다시 만날 수 있어. 엄마는 그런 감각을 음악에서도 자주 느껴. 단순한 음으로 시작되지만 들을수록 깊어지는 ≪One Note Samba≫ 같은 보사노바 노래를 통해서 말이야.


≪One Note Samba≫의 원제는 ≪Samba de uma Nota Só≫, ‘하나의 음으로 된 작은 삼바 노래’라는 뜻이야. 이 노래는 이렇게 시작해.


‘여기 이 작은 삼바 노래는 단 하나의 음으로 만들어졌지’


그리고 새로운 음으로 ‘이 음은 우리가 지나온 음의 결과’라고 말하곤, ‘다른 사람들은 떠들어 대지만, 아무 의미 없는 말일 뿐’이라며 다양한 음조로 속삭이듯 노래하기 시작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음계를 다 썼지만, 아무것도 아닌 곳에 이르렀어.’라고 노래할 때만 해도 이 곡은 아직 긴 여행 중인 것 같아.


그러다가 ‘나는 다시 너에게로 돌아가듯이 처음의 음으로 돌아간다’ 라며 처음의 음으로 돌아와. 그리고는 느긋한 보사노바 리듬으로 다시 노래하기 시작하는 거야. 이때야 비로소 ‘아’하는 감탄과 함께 이 곡의 첫 음은 생명을 얻고, 깊어지고, 특별해진다.


언뜻 단조로워 보이는 이 노래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바로 이 소소함 속에 숨은 재발견 덕분이야. 게다가 ‘너에게로 돌아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은근한 고백도 함께라니… 작은 보사노바 곡의 담백한 감동은 이렇게 물결처럼 자연스럽게 차오르곤 한단다.

결혼 전 엄마의 꿈은 브라질 여행이었어. 코르코바두 언덕과, 리우 도시를 품고 있는 예수상, 그리고 여유로운 이파네마 해변의 풍경… 컴퓨터 배경화면에도, 책상 앞에도 그 사진들을 걸어두고 늘 꿈꾸곤 했지. 물론 아직 여행은 하지 못했지만, 그 풍경을 떠올리기만 해도 엄마 마음은 이따뽀앙 해변에서 불어오는 느긋한 바람을 맞이하듯이 말끔해진단다. 엄마에게 브라질이 이렇게 ‘힐링’으로 남게 된 것은 사실 순전히 보사노바 음악 덕분이야.


너희는 지금 하나의 음으로 시작되는 단촐한 여정을 시작하고 있어. 너희들의 하루가 단조롭게 느껴져도, 그 안에는 수많은 변주가 숨어있을 거야. 너희만의 길을 계속 가다 보면, 전혀 다른 풍경들을 만나고, 다양한 울림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자신의 모습도 많이 만나게 될 거야. 그 인생의 여행길 위에서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순간들이 가득하길 엄마는 진심으로 바란다.

그럼 오늘은 그 예행 연습으로, 엄마와 함께 보사노바 여행을 한번 떠나보지 않을래? 하나의 음에서 시작하는 ≪One Note Samba≫를 따라서, 음악이 흐르듯이 느긋하게, 보사노바(bossa nova, 새로운 감각)로 떠나보는 거야.



≪Samba de uma Nota Só≫(One Note Samba, 하나의 음으로 된 작은 삼바 노래)는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Antônio Carlos Jobim)과 뉴턴 멘돈사(Newton Mendonça)가 함께 만든 곡으로, 1960년 조앙 질베르투(João Gilberto)의 앨범 O Amor, o Sorriso e a Flor에 수록되었어. 하나의 음마저도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조앙 질베르투의 기타 연주와 정제된 보컬은 리마스터 버전에서 더 깊이 감상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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