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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양댁 Feb 26. 2024

남편과 3개월 공동육아 후기(1)



'나'의 지독한

산후 우울증으로 인해.


그렇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시작된

우리의 공동육아.



3개월로 예정된 벗의 육휴가

오늘로써 3개월째 되는 날이다.



그저 치유의 과정이 되겠거니

단순히 생각했던 그와의 공동육아가

생각보다 더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으로

가득 차는 날이 많았다.






벗이 육휴를 쓰고 처음으로

같이 맞이하는 첫 월요일 아침.

(작년 11월 27일이었다.)



그 당시에는 한창

새벽 수유를 하고 있을 때라

그날도 어김없이

잠을 잔 듯 안 잔 듯 비몽사몽 하며

눈을 떴다.  


그러고는 옆자리에서

아직 새벽에 다 골지 못한 코를 골며

깊이 자고 있는 벗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원래 같으면

벗은 진작에 씻고 나와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을

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매일 오전마다 눈을 뜨며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두려워하며

그의 출근 준비 소리를 들으며

눈을 질끈 감고는 했는데.



그날 아침에는 속으로

'감사합니다.'를

몇 번 외쳤는지 모른다.


그동안

어린아이를 혼자 오롯이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각보다 꽤 컸었나 보다.





그와 함께

3개월간 공동육아를 하며

제일 좋았던 점은 크게 3가지였다.



(주 양육자가 아닌) 배우자의

'양육'에 대한 관점 변화


아이 정서 발달 영향


아기가 커가는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는 점






3가지 중 가장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단연코

(주 양육자가 아닌) 배우자의

'양육'에 대한 관점 변화다.



"'육아'는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퇴근하고 잠깐,

주말 이틀

육아 도와주는 거?

그걸로 육아를

 제대로 한다고

할 수 없을 거 같아."




"당신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100% 이해가 가네."



공동육아를 시작한 후

 약 1개월이 지났을 때인가.

그날도 하루 종일

하양이의 안아병+칭얼거림으로

둘 다 손목이 너덜너덜 해지며

교대로 아이를 안아주고 있을 때였다.



벗의 입에서 딱 저 3 문장이

연달아 터져 나왔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크게 웃었다.






육휴 전에는 회사 다니면서

힘은 들지만 이 정도는 쳐낼 수 있다며

'육아'에 꽤 자신감을 보였던 그였는데.

(실제로 수월하게 쳐내는듯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24시간 밀착 육아를 시작한 지

딱 1개월 되던 때에 그의 입에서

내가 생각했었던 말을

그대로 내뱉고 있다니.



배꼽을 잡고 한참을 깔깔대고

웃는 내 모습에 어리둥절한

벗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주 양육자가 아니었던) 그가

주 양육자인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그 포인트 자체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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