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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양댁 Feb 02. 2024

연애 7년, 결혼 1년 차, 임신할 결심 (2)


연애 때부터

식성, 취향부터

쿵짝이 잘 맞았고

주말마다 벗네 집에서

매주 붙어있었던 커플이었기에.


결혼식 후

신혼집에서 살림을 합쳐

지내는 것에 대해

큰 무리가 없었다.



평소대로

 불금부터 주말마다

집 근처 안주 맛있는

술집을 찾아다녔고,

틈만 나면

여행 계획을 짜고는 했다.






누군가 나에게 연애 때랑 결혼하고

크게 달라진 점을 묻는다면

 '안정감'을 제일 먼저 꺼낼 거 같다.



어릴 적에는 '결혼'에 대한 로망보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더 컸었는데.

(사랑과 전쟁을 너무 애청했나)



결혼을 하고 난 뒤로는

혼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 없거나 잘 모르는 부분을

벗이 옆에서 대신 나서 주니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안정감을 가지면

평소 관심 없던 곳에

눈을 돌린다고 했던가.



이너 피스가 잔잔하게 몰려올 때 즈음

주변 친구들의 임신 소식이 들려왔고

 자연스레 벗과의 대화 주제도

임신, 출산에 대한 부분이 많아졌다.


결혼 전부터 워낙 단호해서

내 앞에서는 내색 한번 안 했지만

벗이 내심 아기를 원한다는 것은

눈치껏 알고는 있었다.



나 : 아기 갖고 싶어?

벗 : 네가 원한다면.

나 : 아니, 벗의 생각을 말해봐.  

벗 : 내 생각이야.

네가 원한다면 갖고 싶어.



항상 대화는 이런 식으로 이어졌다.

고향이 충청도인 벗에게

농담반으로 '충청도식 화법'이냐고

우스갯소리로 매번

대화를 마무리 짓긴 했지만.


저런 식의 대화가 이어질 때마다

이기적인 결정이었나 싶어

내심 고민이 깊어지고는 했다.






'임신'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임신 =축복'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나에게 '임신'이란

한 명의 인생을

내 책임하에

설계되어야 하는 것을 뜻했다.

(여기서 설계는

유아기부터 청소년기 때까지 만이라고..

일단 생각을 해본다.)



얼마나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뒤따르는 일인가.


내 인생 설계조차 제대로 못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고

확신이 없어

멈추고 싶을 때가 많은데.


그런 '나'를 믿고 아니,

'우리'를 믿고 나온

새 생명 이라니.






자기를 왜 낳았냐며

우리를 원망하지는 않을까?


아이가 뭐해달라고 했을 때 못해주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등등


별의별 생각이 들게 하는

 '임신'이란 두 글자는

나에게는

참 강력하고 무섭게 다가왔다.






그랬던 내가

임신, 출산까지 다 겪은

<엄마>가 되었다니.






임신할 결심의 이유 또한

꽤 단순했다.



벗에 대한 깊은 '신뢰감'.



주변에서 들려오는 임신, 출산 소식은

우리에게 대화 주제를 던져 줬을 뿐

내 결심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약 1년간 함께 살며 지켜본

 벗의 가정적이고 한결같음은

연애 때와 또 다른

 '신뢰감'으로 크게 쌓여갔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 같아.'라는

자신감을 가져다주었다.

(자취경력으로 다져진

그의 살림 실력 또한 한몫을)






사실 아직까지는

하루에 열두 번씩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과 두려움이 무한 반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우리 하양이를 품었을 때의

<엄마>로서 가졌던 그 다짐,

항상 잊지 말자고 또 되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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