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멍옥 Jul 26. 2020

좀 더 나은 내가 되어

외과 수술실 간호사의 갑상선암 치유기 episode 8

수술 후 두 번째 외래(POD#30, 수술 후 30일째)
수술하시고 더 튼튼해져서 돌아오세요!


수술을 앞둔 나에게 같이 일하는 레지던트 선생님이 해주신 따뜻한 말이었다.  한마디가 힘을 주었지만 수술 전까지만 해도 수술 후 더 건강해져서 돌아올 수 있을지 자신은 없었다.


4주의 병가 후 월요일부터 다시 근무에 복귀하였고, 수술 후  번째 외래진료가 있었다.


 혈액검사 결과 상 갑상선 기능을 나타내는 수치는 이전과 같이 정상이었지만 여전히 갑상선 자가면역 수치(Thyroglobulin Ab) 매우 높아 일단 갑상선 호르몬제 복용은 유지하자고 하셨다.

추가로 싸이타민도 같이 처방해주셨다.


*싸이타민은 종합비타민제로 특히 '셀레늄'이라는 미네랄 성분이 고함량으로 포함되어 있다. 셀레늄은 갑상선 호르몬 대사과정에서 갑상선 세포를 보호하고 보조인자 역할을 하는 절대적으로 갑상선 건강에 필수적인 미네랄이다.

 

 4주 동안 스트레스 없이 정말 푹 쉬어 어쩌면 수치가 정상화돼있지 않을까라는 약간의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내 욕심이었을지 모른다.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음 3개월 뒤의 외래 때 까지는 복용을 유지하며 내 면역세포들이 진정하기를 기도하고 긍정적으로 지내야겠다.


 수술을 한 뒤에 걱정됐던 것과 다르게 나는 좀 더 단단해지고 건강해졌다.

신체적으로 건강해졌다기 보단 내 마음이 건강해졌다.


 매일

 '그만두고 싶다',

'부서를 옮기면 좀 나아질까',

'내가 진정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이런 수많은 생각으로 가득 찬 채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일하던 나였지만 복귀한 뒤 나의 마음가짐은 달라졌다.


 먼저 매사에 감사한 마음이었다.

내가 이렇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이!

그리고 나의 아픔을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위로해줬던 주변 동료 선생님들과 교수님들이 나의 복귀를 반가워해주고, 나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들이 너무 감사했고,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감사했다.


 나에게 주어졌던 것에 대해 감사하지 못하고, 늘 의문을 가지며 떠날 궁리만 했던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좀 더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보냈다.

출근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도 나에겐 주말과 같이 똑같이 소중한 하루였다. 그렇기에 출퇴근하는 발걸음도 가볍고 매 순간 최선을 다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층 더 성장한 간호사로 돌아왔다.

누구보다 환자, 보호자분들의 마음을 경험하였기에 한 분 한분에게 좀 더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이 건강해지니 몸도 따라서 같이 건강해진 것 같았다.

나는 수술 전 보다 훨씬 단단하고, 튼튼해져 있었다.

그  따뜻했던 한 마디가 주문처럼 이루어진 것 같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감사한 한 주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병원으로부터 온 전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