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수확기: 기회는 소나기와 같아서...

by 쿙그민

<두 번째 직업 찾기>라는 각본도 종결도 없는 드라마를 이어가던 중 대학원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세웠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갔다. 어려움을 경험하는 순간마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을 학원에 데려다준 후 사람들이 가득한 지하철을 타고, <나의 수업>에 늦을까 봐 달려가면서도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측했던 파도가 몰려올 때면 스스로에게 <성적 장학금>이라는 목표를 설정해주고, 작은 성공을 이어가며 버텨나갔다. 그 흔들림 속에서도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과 남편을 비롯한 모든 가족의 응원과 지지가 버팀목이 되었다.


그렇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반복된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 속에서 종종 성과를 달성하는 날을 맞이 하게 되었다.


그렇게 수확기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기회는 소나기와 같아서 우산을 가진 사람만이 비를 피할 수 있듯이...

(준비된 자 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단다)❞

웹툰 원작의 드라마 <여신강림>에 나오는 담임선생님이 종례시간마다 하는 대사이다.

아이들은 대사의 앞부분을 말할 때 이미 가방을 싸고 웅성거리며 나가버린다.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는 이 대사가 가장 좋았다.


삶의 여정에서 만났던 기회들은 정말 소나기처럼 내렸다.


대학교 시절 신문방송학 전공을 하면서 언론고시를 준비하려 했던 적이 있었다. 선배들은 종종 "우리 학교는 스펙에서 밀려. 서류부터 불합격이야"라고 말하곤 했다. sky 아니면 1차 전형도 어렵다고 했고 그런 말들은 필기시험 공부의 의욕을 한껏 끌어내렸다. 그러던 어느 날 시험 삼아 졸업 전 한 매체사에 원서를 접수했었는데 덜컥 통과가 되어버렸다. 그때 경험했던 실패는 학벌 때문에 기회가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핑계로 기회를 잡을 준비를 게을리했기 때문이었다. 그 기회를 맞이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시간이 지나도 반복되어 일어났다.


<두 번째 직업 찾기>를 위한 첫 번째 시도로 자영업을 하고 있을 때, 출퇴근 근무조건이 거의 프리랜서 수준에 급여도 좋은 자리를 제안받은 적이 있었다. 이전에 했던 광고기획 경력을 이어갈 수 있었고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할 수 있는 너무나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땐 이미 성급하게 차려놓은 가게가 있었다. 흥미도 적성에 대한 고려도 없이 성급한 마음으로 일을 벌여놓은 그때 역시 소나기처럼 찾아온 그 기회는 잡을 수 없었다.


또다시 우산도 없이 내리는 소나기를 맞고만 있을 순 없었다.

소나기처럼 갑작스럽게 만날지 모를 앞으로의 기회는 놓치지 않고 꽉! 잡을 생각이었다.


심리학 이론들을 고3 수험생처럼 공부했고 일상에서 적용하고, 아이들 육아와 교육에도 반영해보았다. 그러한 내용들을 정리해서 남기며 차츰 성장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른 후에 그렇게 정리하고 고민했던 일상의 심리 이론들을 책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소나기처럼 왔고 그동안 준비된 우산을 활짝 펴서 웃으며 맞이할 수 있었다. 이전과 같이 준비되지 않은 채 기회를 흘려버릴 순 없었다.


그리고는 초등학교 수업에서 함께 쌓아갔던 집단상담 활동과 내용들을 정리하고 심리학 커리큘럼으로 확장시켜 준비하고 있던 중 또다시 소나기를 만났다. 어느 날, 교수님의 추천으로 한 고등학교에서 <심리학>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온 기회였지만 그동안 아이들과 수업하며 준비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다. 그 이후에 감사하게도 이런저런 강의 기회가 생겨났고 그동한 노력한 결과를 수확할 수 있게 되었다.



소나기를 언제 만날지 모르고 비를 한 방울도 맞지 않고 피하려면 큰 우산이 필요하다는 욕심 가득한 생각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런 생각으로 매번 장우산을 들고 다닌다고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만나는 사람들마다 "무슨 그런 미련한 짓을 하니, 어느 세월에 그런 날이 오겠니?"라는 말을 해줄 것이다. 작은 목표 설정과 작은 성공, 그 사이에 경험했던 좌절과 슬픔은 때로는 그런 주변의 반응들과 쉽게 융합하여 나아갈 힘을 잃게 만든다는 것은 이미 <버티기> 시절에 경험했었다.


<수확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욕심버리기였다.

갑자기 만나게 될 소나기를 위해선 아주 작고 가벼우며 사람들이 보지 않도록 가방에 슬며시 넣고 다닐 크기의 우산이면 충분했다. 빗방울에 옷이 좀 젖어도 좋다. 한 방울도 맞지 않겠다는 생각은 지나친 욕심이었다. 비가 와도 언제든 괜찮다는 든든한 마음은 가슴을 펴고 자신 있게 어디던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성장과 셀레이는 기회를 만나기 위해

오늘도 작고 예쁜 가방 대신에 크고 때 묻은 백팩에 작은 우산과 노트북 그리고 시험대비 문제집을 넣었다.


또 다른 목표를 세우고 그 지점을 향해 달려가야 할 시간이다.



사진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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